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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9일 07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09일 07시 12분 KST

피자를 지배한다, 포장마차를 호령한다

직장인 이진아(25)씨는 또래 친구들과 최소 2주에 한번 맛집을 간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맞춘, 1만원대를 넘지 않는 식당들이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 찾는 맛집은 따로 있다. 바닷가재(로브스터·랍스터) 전문점이다. 그는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뭔가를 기념하는 날 이보다 좋은 메뉴는 없다”고 말한다. 친구가 결혼을 발표한 지난해 12월에도 이씨는 서울 동숭동 ‘핏제리아오’를 찾아 ‘랍스터피자’를 주문해 먹었다.

요즘 20~30대 욜로족(YOLO. 한번뿐인 인생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은 1㎏에 3만6000원~4만2000원 선인 바닷가재로 ‘작은 사치’를 즐기는 데 망설임이 없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직접 바닷가재를 골라 양념집(일정 금액을 내면 자리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통실통실한 집게발을 뜯어 먹는 젊은층을 자주 발견한다. 노량진수산시장 ‘복띵이수산’의 주인 박종권씨는 “20~30대 회식 메뉴로 바닷가재 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년여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바닷가재 식당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메뉴가 더 다양해졌다. 소문난 바닷가재 맛집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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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피자'.

핏제리아오의 ‘랍스터피자’

넓은 바다를 주유하다 최종 정착지를 찾아내고야 만 바닷가재 모양이 이럴까 싶다. 마치 바다의 왕인 양 ‘랍스터피자’의 바닷가재는 새우, 홍합 등이 넉넉히 올라간 해물피자 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맛 세계를 호령한다. 침을 삼키며 엎어져 있는 놈을 뒤집으면 살이 껍질에서 부드럽게 떨어진다. 먹기 편하다.

지난해 12월부터 핏제리아오에서 선보인 ‘랍스터피자’는 손님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 달 만에 1500마리가 팔렸다”는 육경희 대표는 “모양이나 색이 예뻐 인스타그램 등을 즐기는 젊은층의 취향에 잘 맞아 인기가 많은 듯하다”고 했다.

조리 과정이 여느 식당과는 다르다. 바닷가재 모양을 그대로 살리려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우선 셀러리, 양파, 월계수잎, 후추 등을 넣은 물에 500~550g의 바닷가재 10~20마리를 삶는다. 80% 정도 익으면 살을 발라내 다시 껍질 안에 넣는다. 껍질과 살이 딱 맞아 쏙 들어가야 하니 발라낼 때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작은 살덩이도 으깨지면 안 된다. 이렇게 모양새가 잡힌 바닷가재는 버터로 분칠하고 참숯 화덕에서 마저 익힌다. 잘 구운 해물피자와 합체하면 완성이다. 냉동 바닷가재, 2~3㎏짜리 러시아산, 캐나다산, 미국산까지 맛 실험을 했다는 육 대표는 “캐나다산 생물 바닷가재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2년 전 영국 여행길에서 랍스터샌드위치를 먹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닷가재는 몇 년 전부터 세계적인 유행으로 뜬 식재료”라며 젊은층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고 미소 짓는다. 혀만 즐거워서는 손님들의 만족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하루 20마리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3만9000원. 2~3명이 먹기에 넉넉한 루콜라샐러드도 세트로 제공된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31-19/ 02-3673-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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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명의 '랍스터조개찜'.

인기명의 ‘랍스터조개찜’과 깡통의 ‘랍스터찜’

지난달 30일, 인기명 홍대점은 설 연휴인데도 데이트에 나선 20대와 명절에 지쳐 소주잔을 기울이는 30~40대로 북적댔다. 그들 사이에서 주인공처럼 식탁을 차지한 음식은 ‘랍스터조개찜’(6만9000원). 전복, 석화, 홍합, 낙지호롱, 키조개 등 각종 조개류와 여러 가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철판 위에 이미 쪄 익은 바닷가재가 올라간 메뉴다.

물컹한 석화를 입에 넣어 흐물흐물한 식감을 즐기는데, 종업원이 다가와 사정없이 바닷가재의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살을 발라 줬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바닷가재는 쫀득하면서 부드러웠다. 다 건져 먹고 난 뒤 육수에 끓여 먹는 칼국수, 수제비, 라면 등도 별미였다.

퓨전해물찜 전문점인 ‘인기명’은 서울 역삼동 본점(강남구 역삼동 601-10/ 02-553-8279)을 포함해 현재 직영점 2개, 가맹점 4개를 운영한다. 곽제혁 대표는 “특별한 날에는 평소 경험해보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그런 면에서 ‘랍스터조개찜’이 인기”라고 한다.

바닷가재 포장마차의 원조 격은 서울 창천동의 ‘깡통’이다. 10년 전 문 연 이 식당은 허름하고 어둑한 실내포장마차 분위기와 고급 식재료인 대게, 킹크랩이라는 부조화스러운 조화가 독특하다. 유순길 대표는 “질 좋은 게 등을 큰 마진 안 남기고 판 게 입소문이 났다”고 말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먹는 갑각류의 맛은 운치가 있다. 바닷가재는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7-17/ 02-3142-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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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롤'.

더 랍스터 코와 랍스터바의 ‘랍스터롤’

“랍스터롤은 미국 보스턴 스타일과 영국 런던 스타일이 있다. 우리는 런던 스타일이다.” 2014년 문 연 서울 통인동의 바닷가재 전문점 ‘더 랍스터 코’ 문선용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랍스터롤은 도톰한 빵 사이에 잘 익힌 바닷가재 살, 셀러리 등의 채소, 마요네즈 등을 버무려 채운 샌드위치다. 미국식과 영국식의 차이는 들어가는 부위다. 전자는 집게발 살이, 런던 스타일은 꼬리 쪽 살이 들어간다.

‘더 랍스터 코’는 런던의 유명한 바닷가재 버거집인 ‘버거랍스터’를 벤치마킹했다. 문씨는 영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여러 번의 맛 시식을 통해 외국과 달리 버터 양을 줄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랍스터롤의 맛을 재편했다. 문 연 첫날부터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호응을 얻어냈다. 이곳의 ‘랍스터롤’(1만9000원)은 세트로 나오는 바삭한 감자튀김과 새콤한 샐러드도 인기 요인이다. ‘더 랍스터 코’는 통인동(서울 종로구 통인동 137-7/ 070-4177-3473) 말고도 가맹점 형태로 연남동점, 을지로 센터원점이 있다.

서울 이태원동의 ‘랍스터 바’에는 마요네즈 등에 버무린 ‘메인스타일 랍스터롤’(2만2000원)과 바닷가재를 버터에 익힌 ‘코네티컷스타일 랍스터롤’(2만2000원)이 있다. 메뉴명의 ‘메인’은 미국의 대표적인 바닷가재 생산지인 메인주(미국 북동부 주)를 말한다. 두 종류의 랍스터 샌드위치(2만3000원)도 있다.

본래 이곳은 이태원동 뒷골목 언덕에 자리잡았던 작은 식당이었다. 소문이 나 몰려드는 손님들을 주체할 수 없어 6호선 녹사평역 인근으로 2015년 1월에 옮겼다. 넓은 실내, 창가에서 쏟아지는 햇볕, 매장 한쪽에 설치된 수족관의 바닷가재 등이 모두 눈요깃거리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6-30/ 070-8225-3963.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했다. 이 밖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랍스터쉑’(강남구 신사동 524-27/ 02-6402-0904)과 부산의 ‘랍스터랩’(부산 해운대구 중동 1124-2/ 051-744-4523)의 랍스터롤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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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리소토’.

톡톡의 ‘랍스터 리소토’

올해 ‘2017 밀레 주목해야 할 레스토랑’(레스토랑 평가 행사인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신인상)을 수상한 ‘톡톡’에는 사프란, 도정하지 않은 채로 숙성시켜 풍미를 올린 이탈리아산 쌀 등을 재료로 만든 랍스터 리소토(4만4000원)가 있다. 랍스터크림을 10시간 이상 걸려 만드는 정성이 스며든 이 리소토는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바닷가재 살이 매력이다. 탱탱하면서 보드라운 밥도 독특하다. 톡톡의 주인 겸 요리사인 김대천씨는 “우리 쌀과 비교해서 길이가 길고 모양새가 잘 허물어지지 않아 리소토 만들기에 최적”이라며 “바닷가재의 살과도 맛이 잘 어울리고 위에 붓는 랍스터크림이 잘 배어서 맛이 좋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6-6/ 02-542-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