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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9일 16시 25분 KST

괄호 안에 들어갈 시어(詩語)를 맞혀보자

the

시어(詩語)는 아름답고 간결하다. 그런 시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골라질까? 시인 박시현은 “나 아닌 모든 것들에게서 말을 빌려 씁니다”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시어가 되는 셈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사실은’ 아름답고 간결한 존재들이다. 아래의 시에서 ( )안에 들어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은 무엇일까? 부담 없이 스스로의 답을 떠올려 보자.

poetry

1. 제법 쌀쌀한 시월인데 아직 ( )가 살아있다

october

“제법 쌀쌀한 시월인데

아직 ( )가 살아있다

살아있다기보다는 살아남아 있다

벽지 곳곳에 말라붙어 있는

과거의 생(生)들이 일러줬기에

가을 ( )는 벽에 붙지 않는다

본능은 주려있고

주림은 영리함을 만든다

틈으로, 더 틈인 틈으로 가닿으면

뱃속의 피를 조금씩 게워 삼키며

겨울을 날 것이다”

(책 ‘’, 박시현 저)

( )는 모기다. 가을에 살아남은 모기를 바라보며 쓴 시다. 이들은 배고프고, 그로 인해 영리해졌다. 시인은 모기의 생존법을 짐작해 본다. 어쩌면 우리도 배고파야 더욱 영리해질지 모르겠다.

2. 노인들이 공터에 모여 ( )을 던진다

korea senior playing

“노인들이 공터에 모여

( )을 던진다

걸로 잡고 개로 업어가면

그날 자장면 값인데

뜻하지 않은 낙(落)에

남은 삶도 이런 건가 싶다

소리 한 번 꽥 지르고

뒤집어엎으면 그만이지만

근력이 예전 같지 않다

운명을 점치는 일이기에

( )을 던질 때마다

지구가 잠깐씩 흔들린다”

(책 ‘’, 박시현 저)

( )는 윷이다. 윷에 목숨 거는 노인들. 그런데 이유가 있다. 자장면 값이 걸려있고, 거기에 삶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운명을 걸고 하는 일이라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일까? 무려 지구가 흔들릴 정도다. 다행히 잠깐씩만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못 느끼고 넘어간다.

3. 책 읽다 엎드려 잠든 오후 왼쪽 손목에 찬 ( )가 오른 팔뚝에 찍혀 자국이 생겼다

wrist

“책 읽다 엎드려 잠든 오후

왼쪽 손목에 찬 ( )가

오른 팔뚝에 찍혀 자국이 생겼다

꾸중하듯 단호하게 눌린 그 살을

다시 밀어내기까지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너도 한동안 그렇게 찍혀 있었다”

(책 ‘’, 박시현 저)

( )는 시계다. 시계는 시간을 상징한다. 누군가와 함께 했다는 것은 시간을 함께 보냄을 의미한다. 팔뚝에 찍힌 시계 자국, 처음에는 신경 쓰인다. 언제 없어질까 싶다. 몇 번을 들여다 봐도 그대로다. 하지만 결국 없어진다.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너라는 사람 역시 그렇다.

4. 얼기 전 저 길은 물이었다 / 한데 모여 ( )이었다

winter

“얼기 전 저 길은 물이었다.

한데 모여 ( )이었다

건너지 못했던 것들

지금 건너라고

길을 막아서던 것이

갑자기 길이 되었다

때가 되면

길은 다시 길을 지우고

흐르듯 흐를 것이다”

(책 ‘’, 박시현 저)

( )는 강이다. 겨울에는 강이 꽁꽁 언다. 그리고 그 위를 걸어갈 수 있다. 새로운 길이 생겨난 것이다. 애초 흘러가던 강은 길을 막아서는 존재였다. 세상사가 이럴 것이다. 길인가 싶다가 환경이 변하면 길이 아니고, 길이 아닌가 싶다가 다시 보면 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속단하면 안 된다. 삶은 생각보다 다채롭고 생각보다 위험하며 생각보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