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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4일 15시 22분 KST

영화 '사랑해, 파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옴니버스식 소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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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구성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특이한 방식이 있다. 바로 ‘옴니버스(Omnibus)식 구성의 소설들이다. 옴니버스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탈 수 있는 자동차, 버스’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영화나 연극 세계에서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omnibus story

옴니버스 식 구성의 이야기란 즉, 엮어진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혹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각각 다른 배경이나 인물 등을 사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대주제가 또 존재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낸 옴니버스 구성의 소설을 세 편 소개한다.

1. 당신의 추억의 맛은 무엇입니까? ‘가모가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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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혹시 추억의 맛을 찾으시는 거에요?” 나가레 옆에 서 있던 고이시가 구보야마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뭐, 그런 셈이지.” … “재혼은 하셨습니까?” “그래서 찾고 싶은 맛이 있다는 거야.” 나가레의 질문에 구보야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 “어떤 음식을 찾고 싶으세요?” “뚝배기 우동.” “어떤 뚝배기 우동?” 고이시가 메모할 공책을 펼쳤다. “옛날에 우리 집사람이 만들어줬던 뚝배기 우동”” (책 ‘가모가와 식당’, 가시와이 히사시 저)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다. 간판도 메뉴도 없는 작은 식당을 운영 하는 가모가와 부녀는 광고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요리 잡지에 소개된 짧은 문장만이 그들의 식당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다. ‘가모가와 식당. 가모가와 탐정사무소-음식을 찾습니다’. 달랑 이 광고 한 줄을 보고 이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탐정사무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가모가와 나가레는 전직 형사 출신의 탐정이다. 그가 찾는 것은 단 한 종류. 바로 추억의 음식이다. 의식주에 한 축을 담당하는 ‘식’인만큼 인간의 생활에서 음식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이 이야기 속에서 다뤄지는 음식은 ‘추억’이라는 감정이 더해져 읽는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2.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폭력에 대하여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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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 혼절한 그녀가 응급치료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순간, 그는 무엇인가가 탁 하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는 지금까지도 정확히 설명해낼 수 없었다. … 오래전 그 방의 구석자리에서 웅크려 앉아 있었던 영혜의 모습을 지우며, 경기하듯 허공으로 쳐든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 ……이제 괜찮아.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는데, 그것이 아이를 달래려는 것이었는지,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책 ‘채식주의자’, 한강 저)

단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 연작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지 모르겠으나, 세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 식 구성의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 속 영혜, ‘몽고반점’ 속 그, ‘나무 불꽃’ 속 인혜, 세 사람 모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휘둘리고 있다. 생명에 대한 폭력, 본능과 욕구, 결핍 등 여러 감정과 상황들이 그들을 휘두르고,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그 소용돌이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3.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고독에 대하여 ‘여자 없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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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그건 여자 없는 남자들이 아니고는 이해하지 못한다. 근사한 서풍을 잃는 것. 열네 살을 영원히 – 십억 년은 아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리라 – 빼앗겨버리는 것. 저멀리 선원들의 쓸쓸하고도 서글픈 노랫소리를 듣는 것.” (책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두 작품 보다 작품들 사이의 연관성이 훨씬 적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한 가지 공통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이 가진 지극히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고독에 대한 것이다. 불 같은 사랑을 하고 영원을 약속한다고 하지만, 인간 사이에 오간 ‘약속’이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하루키는 이 작품 속 실린 여러 단편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타의에 의해 헤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에 약속한 ‘영원’이 무너지기도 한다. 게다가 인간은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겨우, 오래, 소중히 여긴 감정들일지라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그가 그려낸 이야기 안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