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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1일 05시 03분 KST

문화계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회 전 분야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게 밝혀졌다

한겨레

박근혜 정부의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가 기존에 알려진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사실상 한국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작성·실행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청와대는 모든 수석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TF’를 만들어 463개 정부위원회를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좌편향 인사’들을 걸러내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2014년 5월 좌편향 인사 8000여명, 3000여개 문제 단체 데이터베이스를 1차 구축했다. 특검팀은 이 모든 과정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31일 특검팀이 구속기소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동철·정관주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의 공소장을 보면,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 전 실장이 취임한 2013년 8월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좌파 배제’를 지시했고,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주재한 회의 등을 통해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 혼자 뛰고 계시는데 내각은 ‘비정상의 정상화’ 지시가 잘 먹히지 않아 좌파 척결 진도가 잘 안 나간다”며 각 수석비서관들에게 부처별 ‘좌파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도록 재차 지시했다.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 신동철 비서관 등은 2014년 4월부터 한달 남짓 경제금융·교육·고용노동·보건복지·사회안전·행정자치·국민소통·문화체육 등 청와대 모든 수석실을 동원해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하며 각 분야별로 문재인·박원순 등 야당 후보를 지지했거나 정권 반대운동 등에 참여한 인사와 단체에 지급된 예산 139억원(130건)을 “문제 예산”으로 1차 분류한 뒤, 이후 이들에 대한 ‘반영구적’ 지원 축소·배제를 결정했다.

여기에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 고은 등이 포함됐다. 또 정부 공모사업 심사위원 중 ‘좌편향 인사’ 26명을 우선 추려내 심사위원에서 배제시키기도 했다.

박 수석과 신 비서관은 민간단체보조금 TF 운영 상황을 김 실장에게 수시로 보고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 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김 실장의 검토를 마친 뒤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수석은 2014년 6월 정무수석 후임자인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도 이 TF의 운영 결과 등을 ‘인수인계’했으며, 이후 블랙리스트는 최근까지 계속해서 보강돼온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