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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6일 12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6일 12시 37분 KST

'기름장어'는 지고 '황통령'이 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정부 서울청사 9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정부 서울청사 9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외모, 목소리, 능력 3박자'를 갖춘 남자, 황교안. 그가 뜨고 있다. (저 '3박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며 허프포스트나 본 에디터의 견해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한때는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고는 삐쳤는지 후임자 인사 청문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국무총리를 그만두겠다고 했던 그였건만, 역시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직 공무원 추가합격 레전드'가 된 '황통령'은 어느덧 범보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기문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황통령은 어느덧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4위의 유력 주자가 됐다.

심지어 반기문 테마주의 주가는 시원찮은 반면 '황교안 테마주'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 새누리당은 반색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기대도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에서도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며 “본인의 결심 여하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10% 안팎의 지지율을 확보하면 보수층을 결집할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1월 26일)

황통령의 행보도 점점 과감해진다. 단 한 문장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의 발언처럼 들리는 신년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부터 최근 활발하게 보이고 있는 안보·민생 행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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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통령이 24일 오후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훈련병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참고로 황통령은 두드러기로 군 면제다.

심지어 박정희·박근혜 부녀가 주재해왔던 '무역투자회의'를 황통령의 주재 하에 재개할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조차도 "정치인으로서 보폭을 넓히는 이미지 제고 효과가 생긴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할 정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파격적으로 가진 정규재tv와의 인터뷰를 보면 대통령 또한 황통령을 후계 구도에 넣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새누리당의 위기에 대한 정규재의 질문에 박근혜는 이렇게 답한다:

“학교나 회사 등 사회에는 많은 단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지 여러분이라고 부르는 단체는 정당이 유일합니다. 정당은 같은 신념과 가치관, 안보관, 역사관, 경제관을 공유하는 사람이 모여 만든 결사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 정당은 허약해집니다. 결사체다운 요건이 갖춰지지 못하면 정당은 유지하기 힘듭니다. 선거에서 표만 얻기 위해서 또는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정당은 힘도 쓸 수 없고 나라를 위해 역할도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위기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새누리당도 이런 기조 하에 평가돼야 합니다. 둥지가 튼튼해지면 대선 후보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경제 1월 26일)

이제 이 발언을 신동아가 보도했던 한 여권 관계자의 황통령에 대한 평가와 비교해보자:

“옛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최근 이탈해 붕 떠 있다. 이들은 박근혜의 일탈을 미워하지만 박근혜의 대북정책 등을 여전히 지지한다. 황교안이 박근혜 정책들을 빈틈없이 이행하면 갈 곳 없는 옛 박근혜 지지층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야당 전체에 맞설 보수진영 대표선수로 크는 건 시간문제가 된다.” (신동아 1월호)

'4월말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 연휴는 대선 가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때마침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월초 방한할 예정. 여기서 황통령이 매티스를 직접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면 보수층의 대동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반기문이 과연 '제3지대'라는 외곽에서 자신의 빅텐트를 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비록 '현직'이 아니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맘껏 누리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부상은 보수층에게 새로운 희망이다.

그러니 애인이 문자로 이별 통보를 하더라도 너무 화내지 말자. 세상에는 이런 전화위복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