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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5일 09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5일 10시 02분 KST

국립국어원이 "페미니스트=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고집하는 이유

국립국어원은 '합리적인 국어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설립된 국어 연구기관'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뭘까? 페미니스트가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이게 한 나라 국어 연구기관의 '사전적인 정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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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도 이게 '수정'된 것이다.

2015년 1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는 이런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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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그리고, 국립국어원은 올해에도 이 정의를 수정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박선영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연구원은 얼마 전 여성신문에 아래와 같이 밝혔다.

"페미니스트 뜻풀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국어원 측에서는 부담이 된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표제어나 뜻풀이는 명백하게 틀리지 않은 이상 삭제하지 않는다. 사전인 만큼 당시 단어가 쓰인 시대의 단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이 아직은 더 많다."

그러니까 국립국어원은 저 정의가 '명백하게 틀리지 않으며',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수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신력 있는 사전 중에서 페미니스트를 저렇게 정의하고 있는 나라가 과연 있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그런 사전을 알고 있다면 sanga.kwak@huffingtonpost.kr로 제보해주시길.

참고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페미니즘에 대해 '성 평등을 바탕으로 한 여성의 권리 옹호',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래는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국어원에 보낸 의견서.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가 자세히 나와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정의에 대한 문제의식과 한계를 인식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합니다.


최근 온라인을 비롯한 한국사회 전반에서 여성혐오 현상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터키에서 실종된 한국인 김모군의 '페미니스트를 싫어한다'는 트위터 메시지가 알려지면서 ‘페미니스트’ 뜻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페미니스트’를 ‘「1」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로 잘못 정의하여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인과 몰이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페미니즘’ 및 ‘페미니스트’정의를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현재 여성운동진영에서는 ‘페미니즘’을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라는 의미로, 또한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정의 개정을 비롯한 국어에서의 성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2015. 1. 21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