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7년 01월 24일 10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4일 10시 27분 KST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가 브리핑룸의 오랜 전통을 깨며 '언론 길들이기'를 예고하다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언론 관련 관행을 주저없이 바꿀 것이라 경고했고, 수십 년 간 같은 곳에 있던 백악관 내 브리핑 장소를 백악관 밖으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23일(현지시간) 그의 첫 브리핑은 과연 대단했다.

스파이서는 백악관 일일 브리핑에서 늘 첫 질문을 하는 게 관습이었던 AP를 건너 뛰고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 성향 태블로이드 '뉴욕 포스트'의 질문을 받았다.

스파이서는 그에 이어 크리스천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CBN)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이 꽉 들어찬 제임스 S. 브레이디 기자회견실의 먼 곳에 박혀있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던 기자단에게 이것은 트럼프 정권이 과거 관행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신호였다.

spicer

스파이서는 첫 ‘공식’ 브리핑을 하기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취임식 보도에 대해 격렬한 발언을 하고 군중의 규모에 대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거짓 주장을 했다. 스파이서는 토요일에 장황한 주장을 늘어놓아 인터넷 밈이 되었다. 트럼프와 언론의 전쟁은 더욱 심해졌고, 기자들이 가득한 방에서 처음으로 질문을 받는 순간은 더욱 극적이 되었다.

스파이서는 자기 비하 농담으로 웃어 넘기려 했다. 그렇지만 질문들이 이어지자 그는 자신의 주장을 변호했다. “우리는 결코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ABC의 조너선 칼에게 한 말이었다.

대변인이 첫 일일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해야 했다는 건 이번 정권과 언론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날 스파이서의 행동은 그와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 회견실을 민주화할 수도, 혹은 거꾸로 구소련 공산당 중앙 기관지 프라우다 같은 언론을 낳을 수도 있는 방식으로 백악관과 언론의 관계를 뒤집으려 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스파이서는 질문 순서를 바꾼데다, 일간 브리핑에서 워싱턴에서 최소 80km 이상 떨어져 있는 기자들을 위한 ‘스카이프 좌석(Skype seats)’을 4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상 좌석은 ‘전국 언론인들에게 더 큰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를 차지할 사람들을 어떻게 고를지는 알 수 없다.

trump spicer

스파이서가 기자들의 질문 순서를 바꾼 것으로 인해 정권 친화적인 기자들에게만 질문이 돌아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기자들은 트럼프 정권이 힘들 시기를 맞으면 트럼프 친화적 블로거들에게 의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정 당 성향 혹은 틈새 언론들은 주류 언론들이 다루는 주요 새 소식들을 다루지 않을 수 있다.

스카이프 좌석은 먼 곳에 있는 언론인들이 참여할 기회가 되고 더 다양한 언론인들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현재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전부 대형 언론사 기자들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허핑턴포스트부터 브레이트바트 뉴스까지, 디지털 언론사 기자들은 지정석 49곳 중 하나를 받지 못했어도 정기적으로 브리핑에 참석한다(허핑턴포스트는 월요일에 질문도 하나 했다). 기자 회견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의 언론인들도 들어온다. 예를 들어 인디아 글로브 사이트의 라구비르 고얄은 월요일 기자 회견 마지막 질문을 했다.

트럼프 측은 전통적 언론사들 이상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일간 브리핑 장소를 근처 건물로 옮기는 것을 언론인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그렇게 되면 백악관에 기자들이 일할 자리가 없어지고, 기자 회견실 옆에 있는 홍보팀과 만나왔던 예전의 기회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spicer

스파이서는 지난 달에 기자 회견실이 ‘아주 케케묵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주류 언론에서 나온 사람들이 앞줄을 차지하고, 여기는 방송국, 여기는 워싱턴 포스트, 여기는 뉴욕 타임스, 이런 식이다. 보수적 언론들이 중요한 자리를 좀 차지하는 건 어떨까?” 스파이서의 말이다.

월요일에도 자리 배치는 그대로였지만 질문 순서는 달랐다.

스파이서의 첫 기자 회견은 폭넓은 질문을 받고 가끔 유명 기자와 언쟁을 벌이는 등 기존 기자 회견과 비슷한 점도 많았으나, 스파이서는 앞줄의 언론인들을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의사 표현을 한 셈이다.

클린턴 부부를 비판하는 책을 쓴 뉴욕 포스트의 대니얼 핼퍼에게 첫 질문을 맡겼을 뿐 아니라, 머독이 소유한 폭스 뉴스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기자들을 지목하고, 아메리칸 어번 라디오 네트워크와 유니비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다음에야 세 주요 방송국(ABC, NBC, CBS)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spicer

기자 회견 시작 후 1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스파이서는 최근 트럼프가 기자 회견에서 질문 받기를 거부한 CNN의 짐 아코스타의 질문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분 후에 스파이서는 맨 앞줄에 아코스타 옆에 앉은 로이터스의 제프 메이슨을 지목했다. 메이슨은 백악관 출입 기자 협회 회장이다.

그 뒤 메이슨은 CNN 인터내셔널에 출연해 스파이서가 질문 순서를 바꾸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정권이 기존의 것을 흔들려 한다는 징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변인인 숀 스파이서는 브리핑 중 질문 순서를 바꿔서 흔들었다.”

“하지만 실내의 여러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는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원칙은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의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White House Press Secretary Sean Spicer Breaks With Briefing Room Tradit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Photo gallery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See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