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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4일 12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4일 12시 37분 KST

이 남자는 새누리당의 '최종병기'가 될지도 모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경기도 파주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1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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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경기도 파주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17.1.20

"오늘, 저는 정부의 새해 국정운영 방향과 주요내용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저는 청년들의 일자리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읽으면 진짜 대통령의 신년 발언처럼 들린다. 실상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23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의 일부.

"저는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큰 부담을 느끼며 권한대행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빼면 아무리 읽어봐도 (반 년 이상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것 같지 않은) 권한대행의 발언 같지 않다.

모두 발언이 끝난 후 기자들이 던진 첫 번째 질문이 대권 도전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도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황통령'은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도 부인을 하지 않으면서 즉답을 피했다. 생각이 없지는 않다는 게다.

바른정당의 장제원 대변인은 이날 황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정치에 몰두하지 말고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가 황통령의 준엄한 전화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황교안은 보수 여권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대안이다. 황통령을 처음으로 설문조사에 포함시킨 리얼미터의 23일 여론조사에서 황통령은 박원순, 유승민, 손학규를 제치고 6위로 핫샷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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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통령은 꽤 오래 전부터 대권 욕심을 품고 있던 듯하다. 신동아 1월호의 기사는 매우 흥미로운 일화를 전한다:

2016년 봄 어느 날 창성동 인근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총리실 직속 민정팀과의 점심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총리님께서 봉황이 그려진 자리에서 일하시게 되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저희가 지금처럼 가까이에서 보필할 수 있기를 앙망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봉황이 그려진 자리에서 일하시게 되는 날’은 ‘대통령이 되는 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5초 정도 적막이 흐른 뒤 황 총리는 “사람 앞날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신동아 1월호)

신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외모, 목소리, 능력 3박자'를 갖춘 황통령을 '워너비 공무원'으로 여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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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에게 자신의 멋진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문재인이 독주를 계속하는 반면, 유력한 대항마로 여겨졌던 반기문이 연일 시원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와중에 황교안은 범여권(+친박)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신동아가 인용한 한 여권 관계자의 분석이다:

“옛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최근 이탈해 붕 떠 있다. 이들은 박근혜의 일탈을 미워하지만 박근혜의 대북정책 등을 여전히 지지한다. 황교안이 박근혜 정책들을 빈틈없이 이행하면 갈 곳 없는 옛 박근혜 지지층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야당 전체에 맞설 보수진영 대표선수로 크는 건 시간문제가 된다.” (신동아 1월호)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황교안은 강점이 많다. 김기춘의 계보를 잇는 간판 공안검사 출신으로 '확고한 안보관'을 탑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23일의 기자회견에서도 황통령은 별다른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50분간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색소폰도 불 줄 아는 풍류남아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였다.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는) 그분(황 권한대행)의 정치적 결단"이며 "우리 당으로서는 그분의 선택에 따라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답한 것. 사실상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황통령 같은 구원투수도 없다.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이 아무리 거대한 스캔들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여파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라앉게 돼 있다. 하늘을 뿌옇게 가리던 미세먼지들이 눈 앞에서 가시고 나면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흐를까. 황통령이 범보수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