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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9일 11시 49분 KST

직장 건강검진 안받으면 왜 과태료 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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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아무개(45·여)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을 미루다가 12월 말에 마지못해 받았다. 이씨는 “건강검진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받지 않고 있었다”며 “회사 쪽에서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린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쯤 건강검진을 할 때 유방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 암인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검사비로 150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검사 결과 암이 아니고 양성 혹이었다.

이씨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암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고, 며칠은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면서 혼자 울기도 했다”며 “정부에서 검진 혜택을 주는 것은 좋지만 이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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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게 된 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았던 김아무개(34·남)씨도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려다 회사의 과태료 ‘압박’에 어쩔 수 없이 12월 말 검진을 받았다. 그는 “아직 30대라 아픈 데도 없고 해마다 같은 검사를 받으니 바쁜 와중에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아 받지 않고 싶지만, 과태료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검진을 피하거나 미루는 직원들에게 회사는 수차례 독촉을 하곤 한다. 현행법상 규정돼있는 ‘직장인 건강검진 의무화’ 조항 때문이다.

“바쁜 직장생활에서 그나마 1년에 한번 건강검진이라도 받으니 안심이 된다”는 직장인들이 많지만,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사항을 정부가 과태료까지 부과하며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는 입장도 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노동자에게 건강진단을 받게 해야 하고, 노동자 역시 이를 지켜야 한다. 사무직인 경우 2년에 한번씩, 비사무직은 해마다 검진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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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조사에서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회사는 노동자 1명당 1차 위반시 5만원, 2차 위반시 10만원, 3차 위반시 1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노동자 개인도 같은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각 직장에서는 12월말이면 건강검진을 받도록 독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이씨나 김씨와 같이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조항에 대해 항의하는 민원 전화가 12월부터 시작해 1월까지 이어진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주로 생산직 근로자들이 해마다 똑같은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냐며 항의 전화를 해 온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지금도 건강검진 수검률이 대기업에 견줘 크게 낮은데 이런 의무화 규정마저 없으면 소규모 사업장의 수검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낸 ‘2014년 사업장 규모별 직장 가입자의 1차 건강검진 수검률 자료’를 보면, 500인 이상 사업장과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수검률은 각각 92.9%, 94.3%지만 1~4명, 5~9명이 일하는 사업장의 수검률은 각각 52.9%, 68%에 그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근로자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방식보다는 각 사업장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시간은 휴가로 인정하게 하는 등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