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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9일 05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9일 05시 57분 KST

반기문이 벌써 흔들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사무실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사무실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지난 12일 화려하게 컴백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일 주일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주말도 없이 휘젓고 다녔지만 성과는 시윈찮다. 1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리얼미터가 16일부터 18일까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천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2.0%포인트 오른 28.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반 전 총장은 지난주보다 0.4%포인트 내린 21.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에 그쳤다. (연합뉴스 1월 19일)

적어도 귀국 직후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지지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야근에 휴일 근무까지 했는데 연봉이 깎인 기분이지 않을까?

원인이 무엇일까? 언론들은 주로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 부족과 어설픈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무 많이' 수준의 '반반'행보를 지적한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지방 방문에서의 반 전 총장 메시지는 오락가락하는 반반(半半)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략)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는 “봉하마을이나 5·18묘지, 진도 팽목항은 진보적 색채가 강한 곳이라 메시지를 조심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전날 밤 교수 몇 명에게 무슨 말을 하나 물어보고 얘기하는 식이니 어떻게 혼선이 없겠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월 19일)

한 측근은 "좌우를 아우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신의 비전과 계획을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행보를 해야 했다"며 "이쪽저쪽 다니기부터 하다 보니 국민은 '저게 뭐지?'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캠프 구성도 마찬가지다. 반 전 총장 귀국 직후 공개된 '마포팀'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일한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함께하자더니 여권 사람들만 불러 모았다"고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1월 19일)

그가 현장을 방문해 내놓은 발언도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하며 “인턴 확대”와 “자원봉사”, “해외 진출” 등을 언급해 청년들의 분노만 키운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략) 국정 전반을 살필 콘텐츠가 부족하고 준비도 덜 돼 있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 1월 19일)

이뿐만이 아니다. 출범 1주일을 갓 지난 반기문 캠프에서 벌써부터 균열음이 들려온다. 캠프의 두 축으로 알려진 외교관계와 MB계 사이에서 내부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외교관 그룹이 친이계 정치인 출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결국 ‘딴살림’을 차릴 조짐도 보인다. 반 전 총장 측 한 인사는 “외교관 그룹이 ‘칸막이’를 치면서 ‘친이 탓’이라는 프레임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치도, 선거도 모르는 사람들이 판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팀의 핵심 회의기구인 ‘11인 회의’ 멤버이자 정책 담당으로 합류했던 ‘MB맨’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런 배경에서 며칠 째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우리(친이계ㆍ언론인 출신)는 외곽에서 따로 전략을 짜서 반 전 총장에게 보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1월 19일)

실제 김숙 전 대사가 이끄는 외교관·측근그룹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 친이명박(MB)계 인사들 사이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김 전 대사 측이 “공식 캠프 발족 때는 MB계 인사들을 정리할 것”이라고 공언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선 “반 전 총장 주변 외교관들이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한 이회창 전 총재 주변 서울대 법대 출신 측근들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중앙일보 1월 19일)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한때 반기문을 중심으로 구상되던 '빅텐트'는 점점 '스몰텐트'가 되고 있다. 국민의당이나 김종인 민주당 의원도 이제는 반기문과의 연대 가능성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반기문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 "정체성, 위기관리 능력, 그분을 싸고 있는 인사들이 국민의당의 정체성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거의 (연대의) 문을 닫았다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인도 마찬가지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반기문에 대해 "내가 보니까 별로 매력을 못 주는 것 같다"며 평가절하했다.

멀리서 볼 땐 참 쉬워보여도 막상 부딪혀보면 결코 쉽지 않은 게 정치.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반기문은 과연 심기일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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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 ki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