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7년 01월 16일 10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6일 10시 35분 KST

전직 외신기자가 촛불 정국을 '중우정치'라고 비판하는 까닭

People attend a protest demanding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s resignation in Seoul, South Korea December 17, 2016. The signs read "Arrest Park Geun-hye".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People attend a protest demanding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s resignation in Seoul, South Korea December 17, 2016. The signs read "Arrest Park Geun-hye". REUTERS/Kim Hong-Ji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열흘이 지난 작년 12월 19일, 저명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는 소위 '촛불 혁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실렸다.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민중은 격노한 신과 같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단 이 글은 "집단의지와 중우정치(mob rule)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며 광장의 외침이 법치를 흔들고 있다고 한국의 촛불 정국을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최보식 기자가 문제의 기고문을 쓴 마이클 브린 전 외신기자클럽 회장을 만났다. 브린은 외신기자로 한국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자신의 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벌써 한국에 거주한 지 35년째라고.

브린은 기고문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민한 문제라는 걸 안다. 나 같은 외국인의 이런 관점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촛불 집회 자체를 비판한 게 아니라,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중략) 민심이 너무 강해 때로는 법 제도를 붕괴시키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조선일보 1월 16일)

그는 검찰의 수사 발표에만 의존해 탄핵소추를 한 곳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법원에서 범죄가 확정되지 않았고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방어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탄핵소추를 강행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5%였기 때문이다. 민심이 돌아섰다고 본 것이다."

브린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장 1조도 촛불집회가 국회나 헌법재판소 등을 압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답한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란 헌법에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그 국가를 직접 운영하는 실체는 아니다. 국가는 국민이 뽑은 대표자와 임명 공직자들, 공정한 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중략) 지금처럼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민심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도자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만, 국가 운영을 위해 민심의 요구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정한 원칙과 법 제도가 민심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조선일보 1월 16일)

FP 기고문에서도 브린은 광장의 외침이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검찰 등이 계속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관련 내용을 (재판 전부터) 끊임없이 언론에 흘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현실이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담(?)을 전하면서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 방식을 지적할 때에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그러나 왜 이런(촛불집회)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브린의 해석은 듣기에 좀 거북하다:

"글쎄,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대규모 군중집회로 쟁취됐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젖 달라고 떼쓰듯이 무언가를 원하면 집회를 택한다. 국민은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강한 것 같다. 조직 동원 능력도 몹시 뛰어나다. 집회 현장을 다녀보면 자원봉사자도 많고 여러 그룹이 참여하고 연예인 공연이 이뤄지고, 잘 조직화된 것 같다." (조선일보 1월 16일)

'민심'이 사법부에 가하는 압박에는 여전히 비판적이지만 브린은 촛불 집회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는데도 폭력과 불상사가 거의 없었다. 촛불 집회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개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민심이 특검 조사와 헌법재판에 가하는 압력이다." (조선일보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