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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3일 13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4일 08시 44분 KST

반기문이 아직까지 '공식' 출마를 하지 않는 까닭

Former U.N. secretary-general Ban Ki-moon leaves after paying a tribute at the natioanl cemetery in Seoul, South Korea, January 13, 2017.  REUTERS/Kim Hong-Ji
Kim Hong-Ji / Reuters
Former U.N. secretary-general Ban Ki-moon leaves after paying a tribute at the natioanl cemetery in Seoul, South Korea, January 13, 2017. REUTERS/Kim Hong-Ji

반기문은 대권을 향한 거의 모든 것을 갖췄다.

지지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에게 조금 밀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2위 차기 대선 주자다. 조직? 외교관 그룹과 ('MB맨'들을 포함한) 범여권 인사들이 촘촘히 포진해 있다. 의지? 몸을 불사르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그런데 딱 하나. '공식 선언'을 안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공식 선언 말이다. 아니, 지금까지 계속 그런 얘기해왔던 것 아니었나? 그런데 죄다 '사실상'이지 '공식'은 아니었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그가 발표한 성명문을 다시 읽어보자:

저는 그동안 귀국 후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겠다고 늘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갖겠습니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습니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한 결정은 안했다는 것. '몸을 불사르겠다'는 결정은 했지만.

성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짧은 질의응답에서도 반기문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를 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지금 반기문이 하고 있는 공항철도 타기, 현충원 참배 등등은 대체 무엇인가? 일단 '공식 출마'는 보류해둔 상태로 '연대'가 가능한 모든 곳들을 찔러본 다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간기문?

반기문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반기문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일 전 의원은 '빅 텐트'를 말한다.

반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이상일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정당에 쏙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그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큰 텐트, 큰 연대를 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 대상으로 국민의당, 바른정당, 손학규 전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주권개혁회의, 김종인 전 대표 등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중앙일보 1월 13일)

yurt
설명만 듣고 보면 뭔가 칭기스칸의 몽골 기병 얘기 같다. 사진은 '게르' 혹은 '유르트'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유목민의 '빅 텐트'

김종인이나 손학규 모두 반기문과 대화할 의향을 이미 밝힌 상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도 모두 입을 모아 반기문을 칭찬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주력 대선 주자를 제외하면 모두 반기문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내엔 빅텐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원이 상당수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입당해 우리 당의 후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중심의 빅텐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플랫폼 정당인 국민의당에 들어와 안철수·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과 강한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1월 13일)

다만 박지원은 14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해 "역시 정치초년생"이라며 "박근혜 정권을 그대로 인정하고 계승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판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그냥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그런 말로 들린다"고 반기문에게 날을 세웠다.

과연 반기문은 칭기스칸의 기병대처럼 제3지대라는 '스텝'을 가로지르며 대권을 석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