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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3일 10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3일 11시 08분 KST

박근혜 대통령의 녹취록은 유시민 작가의 생각보다 훨씬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6일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녹취 파일의 일부를 공개했다.

cody alan

전원책 변호사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국어 공부를 한 분인가'라며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유시민 작가는 '내용은 좋다'며 그 의미를 해석했다. 그런데, 유 작가의 말을 듣고 보니 어쩌면 그보다 더 심오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뜯어보자. 대통령은 정호성 행정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이제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넘어왔잖아요.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게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이제 청동기라는 그 어떤, 그 나름대로의 그 당시의 기술로 그렇게 하니까 돌보다 훨씬 좋으니까 이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버린 거잖아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이 석유에너지, 자원 문제라든가 또 기후변화 대응 문제라든가 이것도 지금 뭐, 그, 어떤 그 화석연료라든가 그거가 지금 그,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그,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기술도 좋고 그러니까 그 과학기술이나 어떤, 이런 걸 통해서 이제 그, 다른 에너지로 이렇게, 응? 또 한 번 도. -동아일보(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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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작가는 이 녹취 내용이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내용 같다며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간 것은 돌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기존 자원이 있어도 신기술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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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자세히 보면 이는 '4차 산업혁명'(보통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가 되는 유기적 지능화'로 예견한다) 보다는 '포스트 카본' 또는 '탈 탄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일단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려면 현재 세계의 에너지 판도를 살펴봐야 한다.

사실 대략 2012년부터 2015년은 지구에겐 재앙이었다. 지난 1997년 일본의 교토에서 '다 같이 화석연료 사용을 없애자'고 합의한 '교토 프로토콜'은 미국이 막판에 참여 안 하고 일본도 빠지면서 사실상 2012년부턴 흐지부지된 상태. 탄소배출권? 그딴 거 다 뻥이고 거의 모든 국가가 안 지켰다.

이걸 어떻게든 다시 모아보자고 겨우 모은 게 작년에 열린 '파리 기후협약'인데 이 파리 기후협약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순 배출량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되 달성을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일지는 자발적으로 국내에서 비준받아 제출하자'는 식의 순진무구한 약속만을 한 채 끝났다.

왜 세계가 기후변화에 이렇게 느슨해졌을까?

잔존 자원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과학자들은 ‘20년 뒤엔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1980년대에는 '30년 남았다'고 외치더니, 2000년대 이후엔 4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교토 의정서를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매일 신문에 '앞으로 50년이면 화석연료 고갈' 같은 기사가 나곤 했다. 실제로 그때 우리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화석연료 떨어지면 다 얼어 죽고 차 없이 걸어 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

근데 1998년에 미국이 '프래킹'이라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쉽게 얘기하면 '셰일'이라는 암석층에 고압의 물을 뿌려서 다 깨부순 다음에 거기서 '셰일 가스'라는 걸 추출하는 무서운 기술인데, 셰일이 전 세계에 꽤 많아서 (특히 미국의 입장에선) '아직 우리가 쓸 게 조금 남았구나'하는 인식이 생긴 것. '셰일가스 혁명'이라는 책의 저자는 '셰일 가스와 천연가스를 합치면 인류가 400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 그러니 다들 '석유 떨어지면 가스차로 바꾸지.' 정도의 긴장밖엔 안 남은 것.

박 대통령이 꼬집은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이런 자원외교의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의 의중을 감히 짐작해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아니, 우리가 돌멩이가 없어서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로 넘어갔습니까! 돌이 없어서 청동기로 넘어간 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듯이, 화석 연료가 있더라도 화석 연료를 쓰지 않을 기술이 있다면 '포스트 카본'의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 게 아닙니까! 셰일 가스가 좀 있다고 해서, 또 그 유전을 개발하는 기술이 조금 발전한다고 해서 마음을 탁 놓고는, 어?, 이렇게 헐렁한 마음을 가지고 기후변화에 대처해서 되겠습니까?"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의 말이 다 맞다. 기후변화가, 지금 북극이 녹고 있고,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데, 응? 지금 지구 온난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이게 얼마나 중요하면, 응? 박 대통령이 말이야, 응? 부속비서관이랑 저기 그렇게 어려운데 통화까지 해가며 의논을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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