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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4일 12시 52분 KST

톨킨의 '실마릴리온'에서 찾아본 간달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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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판타지 소설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책이 있다. 바로 ‘반지의 제왕’이다. 영화로 보든 책으로 보든 반지의 제왕이 선사하는 웅장함과 로망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반지의 제왕’ 저자는 그 유명한 J.R.R. 톨킨이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책을 썼다. 1930년대 중반부터 톨킨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잉클링(Inkling)’이라는 창작 동아리에 참여하였는데, ‘반지의 제왕’의 원고를 여기서 공개한다(이 동아리에 참여했던 또다른 유명 작가로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 루이스가 있다). 일설에 따르면,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별로 맘에 들지 않아 했다. 게다가 완벽주의자였던 탓에 집필 작업이 매우 느렸다(반지의 제왕 3부작을 쓰는데만 12년이 걸렸다). 그나마 ‘잉클링’ 동아리 회원들(특히 C.S. 루이스)의 잦은 재촉이 있었기 때문에 집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었던 걸까? 루이스 등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고 ‘잉클링’ 동아리가 해체되고나서는 톨킨도 더 이상 제대로 ‘끝을 보는’ 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the lord of the rings movie

앞서 말했듯이 톨킨은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반지의 제왕’의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 염원을 담아 쓴 책이 톨킨의 유작인 ‘실마릴리온’이다. 사실 ‘실마릴리온’은 톨킨의 첫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집필을 1917년에 시작하여, 톨킨 사후 4년 뒤인 1977년에 이르러서야 출간된 책이기 때문이다.

60년이나 걸려 쓰여진 책 ‘실마릴리온’은 톨킨의 판타지 세계인 ‘중간계’의 수만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역사가 어찌나 긴지 ‘반지의 제왕’ 이야기에 할애하는 페이지는 수백장 중 열댓 페이지 밖에 안된다. 그만큼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특정 인물들의 정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실마릴리온’을 꼭 읽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3가지를 골라 간략히 소개한다.

1. 간달프는 신이 보낸 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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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는 올로린이었다. 그도 역시 로리엔에 살았지만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니엔나의 집을 종종 방문하였고, 그녀에게서 연민과 인내를 배웠다.” (책 ‘실마릴리온’, J.R.R. 톨킨 저)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돋보이는 등장인물 중 한명이 바로 간달프다. 그는 나이 든 마법사로 등장해 중간계를 누비며 반지원정대의 임무를 끝까지 돕는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간달프는 중간계가 창조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당시 그의 이름은 ‘올로린(Olorin)’으로 불리었으며, 같은 계급의 천사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웠다. 세상이 창조된 후 중간계로 넘어오기 전까지 그는 신들의 땅 ‘아르다 왕국’에서 슬픔과 회복의 여신 ‘니에나’로부터 연민과 인내심을 연마하였다. 이후 ‘이슈타리(마법사)’가 되어 사루만과 라다가스트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중간계로 넘어오게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반지의 제왕’ 내용 중 난쟁이 왕국 모리아의 깊은 땅굴 속에서 간달프와 싸우는 화염 괴물 ‘발로그’도 한때 간달프와 같은 계급의 천사였다는 것이다. 간달프와 발로그는 한때 아르다 왕국에서 동거동락하던 사이였다가 수천년 뒤에 서로 싸우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2. 사우론은 보다 사악한 악마를 따르는 시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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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가진 그의 부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는 엘다르가 사우론 혹은 ‘잔인한 고르사우르’로 부르는 영이었다.” (책 ‘실마릴리온’, J.R.R. 톨킨 저)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최대의 적, 사우론은 화염불에 둘러싸인 커다란 눈으로 모르도르의 탑 꼭대기에서 중간계 방방곡곡을 감시하는 괴물로 등장한다.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사우론도 간달프와 같은 계급의 천사였으며, 처음에는 대장장이의 신 ‘아울레’를 섬겼다. 그러다 8명의 최고 신(神)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혜롭기로 유명했던 ‘멜코르’에게 이끌려 그를 섬기게 되었고, 이후 ‘멜코르’가 타락하여 어둠의 적 ‘모르고스’가 되자, 함께 타락하여 ‘사우론’이 되었다. 사우론도 처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인간-엘프 동맹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곤도르 왕국의 왕 이실두르에 의해 반지를 잃어버린 후 형체를 잃고 그 영혼만 남아 중간계를 누비고 다니게 된다. 영화 ‘더 호빗’에서는 폐허가 된 성 ‘돌 굴두르’에서 재기를 꾀하다가 간달프, 엘론드, 그리고 갈라드리엘에 의해 쫓겨났고, 이후 라다가스트가 사는 ‘그린우드(사우론에 의해 오염된 후에는 머크우드로 불림)’에서 회복하여 모르도르의 탑 꼭대기에 정착하여 중간계 말살을 위한 마지막 음모를 꾸미게 된다.

3. 갈라드리엘의 나이는 1만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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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논쟁을 벌인 놀도르 왕자들 사이에 당당하게 우뚝 선 유일한 여성인 갈라드리엘은 떠나기를 원했다. 그녀는 아무 맹세도 하지 않았지만, 한량없이 드넓은 대지를 찾아가 그곳에서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기 때문에...”(책 ‘실마릴리온’, J.R.R. 톨킨 저)

갈라드리엘은 남편 셀레본과 함께 로틀로리엔 왕국을 다스리는 여왕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 프로도에게 별빛이 담긴 병 ‘에렌딜의 별’과 조금만 먹어도 오랫동안 허기지지 않는 ‘렘바스 빵’을 선물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엘프에게 전해진 3개의 반지 중 물의 반지 ‘넨야’의 소유자로 모든 반지들이 사우론의 반지에 속박되었을때 사우론에게 복종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반면 인간에게 주어졌던 9개의 반지의 소유자들은 그대로 사우론의 시종인 ‘나즈굴’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엘프 부족 중 하나인 놀도르 부족의 3대째 후손으로, 실마릴리온에 따르면 아직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지 않았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중간계 최초의 엘프들은 신의 땅인 아르다 왕국에서 모두 살고 있었는데, 그 중 놀도르 부족은 귀중한 보석인 ‘실마릴리온’을 빼앗아간 어둠의 적 ‘모르고스’를 처치하고 보석을 돌려받기 위해 신의 땅을 떠나 중간계로 넘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때 놀도르 부족들을 지휘하던 여러 족장 중에 한명이 바로 갈라드리엘이었다. 그렇게 중간계로 넘어온 시점부터 시간의 무게에 지쳐 프로도와 함께 신의 땅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는 시점까지를 계산해보면 9,000살은 족히 된다. 그녀가 신의 땅에서 보낸 어린 시절까지 합산하면 10,000살에 가까운 것으로 계산된다. 만 살을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