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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5일 06시 31분 KST

정부, 국민의례때 '세월호, 5·18 묵념 금지' 못박았다

뉴스1

행정자치부가 ‘국민의례’ 방식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해 올해부터 시행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 훈령 개정으로, 공식 행사·회의에서 순국선열·호국영령 외 묵념은 금지시킨 게 알짬이다.

이로써 가령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사실상 국가 행사는 물론 일선 학교 행사 때도 추도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을 통제하고 가르치려는 국가주의적 발상인데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때 대통령 훈령을 개정 시행한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국민의례 규정’을 일부 개정해 이달 1일부로 시행 협조해달라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민의례 규정은 정부 행사 등에서의 국민의례 절차와 방법을 담은 대통령 훈령(행정규칙)으로, 2010년 처음 제정됐다.

이번 훈령 개정의 핵심은 묵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애국가를 사실상 기념곡 수준으로 규격화한 것이다. 정부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7조)을 신설해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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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은 독립유공자, 전몰 군경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5·18 등 민주화운동, 제주 4·3 희생자는 물론 세월호 희생자 등은 대부분 포함되지 않아, 그간 관련 행사에서 이뤄지곤 했던 추가 묵념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지자체 공식 행사 때도 이 훈령을 따르게 정부가 권고할 수 있는 근거를 이번에 새로 마련했다. 정부는 비공식 행사라도 참석자가 많을 경우 국민의례를 하고 학교에서도 이 훈령이 지켜지게 권장해야 한다.

정부는 “묵념은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며 그간 없던 묵념 방식도 구체화했다. “애국가는 선 자세로 힘차게 제창하되 곡조를 변경하여서는 안 된다.”(6조, 애국가 제창 방법) 이 또한 신설 조항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특정 묵념을 반대하는 참석자가 있을 수도 있어 국론분열을 막자는 취지로 개정했다. 국무회의 등에 보고된 뒤 행사 성격에 맞는 묵념은 추가될 수 있다”며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고, 지난달 말 대통령 권한대행 결재를 받아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묵념이나 애국가 제창 방법까지 강요하는 대단히 위험한 국가주의적 태도”라며 “국가폭력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의 개정”이라고 말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대통령 권한정지 상태에서 정부가 이러는 건 ‘박근혜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존중하지만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국립묘지에 안장된 ‘5월 영령’도 똑같이 소중한 분들이다. 이분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지자체도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 한 직원은 “행사·지역 특성에 맞게 5·18 희생자 등을 묵념 대상에 넣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대상을 정부가 정해준다는 발상부터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도 광복절 기념식 때 4·3 영령에 대한 묵념을 했던 제주도는 “국가행사에선 포함하지 않기로 했지만 제주 자체 행사에선 4·3 영령에 대한 묵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