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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5일 11시 05분 KST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드는 다시 한국에게 난감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Lockheed Martin's THAAD missile model is displayed during Japan Aerospace 2016 air show in Tokyo, Japan, October 12, 2016.   REUTERS/Kim Kyung-Hoon/File photo
Kim Kyung Hoon / Reuters
Lockheed Martin's THAAD missile model is displayed during Japan Aerospace 2016 air show in Tokyo, Japan, October 12, 2016. REUTERS/Kim Kyung-Hoon/File photo

사드? 이제 다 끝난 일 아니었나?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는.

박근혜 정부는 무성한 추측과 소문이 난무한 이후인 작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성주의 기존 공군 방공포대에 배치한다고 했다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작년 9월말 김천에 가까운 성주골프장으로 부지를 바꾸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공표한 박근혜 정부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2월 국회에 의해 탄핵되는 사태를 맞았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에 대한 변론이 진행 중이고 여론은 대체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여 박근혜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으로 만들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관건은 시점이다.

모두가 조기 대선을 준비하느라 바쁜 가운데 민주당, 그것도 문재인 측에서 다시 사드라는 이슈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문재인은 외신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다음 정부로 사드 배치에 대한 진행을 미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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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이 가장 많이 논거로 제시했던 것은 바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흔히 우려하는 방식의 전방위적인 무역 제재는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불가능한 것이다. 무역이란 상호적이기 때문.

그런데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에서 일방적인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문화콘텐츠와 관광 부문.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많이 수입하는 제조업 부문과는 달리 문화콘텐츠나 관광은 일방적으로 중국이 한국의 콘텐츠를 수입하고 한국에서 관광을 하는 것이라 이를 차단해도 중국이 큰 손해를 입을 일은 별로 없다.

때문에 한국의 문화콘텐츠 업계와 관광 업계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그간 중국이 한류 제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중국이 한류 제재를 시인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이 전하는 이야기다: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은... 한한령 지적에 "(중국인의) 감정이 좋지 않은데 목소리 큰 소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국민이 제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류 프로그램 제한은 사드 배치로 인한 조치라는 것이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제한령에 대해서도 “다만 저가 여행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사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TV에서 한국 드라마, 한국 아이돌 일색이면 역감정이 나올 수 있어 자제하는 방식으로 국민 감정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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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4일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한 뒤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에서 둘째부터 박찬대·유은혜·유동수·송영길 의원, 왕이 부장, 박정·신동근·정재호 의원,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맨 왼쪽 여성은 통역

이번 민주당 의원단의 방중은 지난 8월의 초선의원단 방중보다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해야겠다. 중앙일보는 "중국의 외교 수장이 야당의원들만으로 구성된 방중단을 만나준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4일 "역대 국회의원들이 만난 중국 인사 중 가장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일시 중단하면 한·중 양측이 상호 이해 가능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방중 의원단에게 말했다. 탄핵 이후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가 민주당이 이전부터 사드 배치 재고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국내 정세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면서 이간책으로 한국 내 자중지란을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한국 야권을 적극 지원해 한국 정부를 공동의 적으로 몬 뒤, 궁극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으려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국면에선 관광 제재 등 '경제'를 매개로 '안보'를 흔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중·일 관계가 최악이었던 2013~2014년에는 한국의 역사 감정을 자극해 반일(反日) 공동전선을 형성하려 하는 등 외교에서 이간지계를 적극 활용해왔다"고 했다. (조선일보 1월 5일)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실시한 박근혜 정부가 제 임기를 마치게 됐을 경우 사드 문제에 대한 다음 정권의 부담은 한결 덜했을 것이다. 그때쯤에는 이미 사드 배치가 다 완료된 후가 됐을 것이기 때문.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배치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근혜 정부가 몰락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사드 문제는 다시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됐다.

안보(한미동맹)와 경제(중)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매우 골치아픈 상황에 다시 처하게 된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다른 쪽으로부터 입는 손해는 막심할 것이다. 그렇다고 둘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뾰족한 수도 없다. 사드 문제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수록 더욱 치열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