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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3일 04시 49분 KST

박근혜-이재용 독대 말씀자료에 "임기 내 삼성 후계 해결 희망"

POOL New / Reuters
Jay Y. Lee, the only son of Samsung Electronics chairman Lee Kun-hee and the company's vice chairman, attends the 2015 HO-AM Prize ceremony which was established by Lee Kun-hee, in Seoul, South Korea, June 1, 2015. REUTERS/Cho Seong-joon/Pool/File photo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가 독대’를 앞두고 안종범(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배경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있다”,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최순실 모녀, 삼성과의 ‘삼각 뇌물’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가 나를) 완전히 엮었다”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부인했지만, 실제로는 삼성 최우선 현안인 경영권 승계 해결을 독대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르재단 설립에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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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특검과 검찰,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내용은 대통령 말씀자료 중 ‘삼성 최근 현안’ 항목에 포함됐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및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한 삼성의 협조와 성과, 질책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며 구체적 시기까지 짚은 뒤, 끝부분에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요구를 담았다는 것이다.

‘편법 세습’ 논란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는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대통령이 직접 거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재계의 공통 민원을 수렴하는 방식이 아닌, 특정 총수를 따로 불러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비선실세가 운영을 맡은 재단에 거액을 내라고 한 것은 뇌물죄 구성 요건인 ‘대가성’으로 볼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삼성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그 혐의로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직무정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잘 대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합병 찬성(7월10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7월17일), 박 대통령 안가 독대 지시(7월20일) 및 이 부회장과의 독대(7월25일),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계약(8월26일)과 미르재단 출연(10월26일)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임기 내 경영권 승계 희망”을 언급한 대통령 말씀자료는 뇌물죄 적용의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의 첫단추를 끼웠지만, 관련 법 정비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삼성 등 재벌 총수들과의 독대 일정을 짜고, 대통령 말씀자료를 준비한 안 전 수석은 국회 국정조사특위와의 면담에서 “(나는) 단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고 이행한 적이 없고 모두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