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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6일 09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6일 09시 48분 KST

5년째 1억씩 기부하고 사라지는 시민이 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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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으로 소외된 이웃들 좀 도와주이소”

지난 23일 오후 5시, 대구시 동구 신천동 4층 건물에 자리잡은 대구시공동모금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 밑에 와 있으니 잠깐 내려 오이소” 수화기 너머로 특유의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올해도 애타게 기다리던 ‘키다리 아저씨’였다.

전화를 받은 공동모금회 직원이 쏜살같이 사무실 밑으로 내려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났다. 그는 승용차 안에서 이 직원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봉투 한장을 건넸다. 봉투 안에는 신문 전단 뒷면에 쓰인 ‘정부가 못 찾아가는 소외된 이웃을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1억2천만 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 감사의 뜻을 표하는 직원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메모에 쓰여 있는 내용처럼 소외된 이웃을 잘 지원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으로 대구시 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전달했다. 이어 그해 12월에 1억2300만원, 2013년 12월에 1억2400만원, 2014년 12월에도 1억2500만원, 지난해 12월에 1억2천만원을 전해왔다. 지금까지 5년동안 6차례에 걸쳐 모두 7억2천여만원을 익명으로 내놨다. 키다리아저씨는 해마다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고, 인근 식당이나 승용차로 직원들을 불러 돈과 메모지만 전달한 뒤 사라지곤 했다.

대구시공동모금회 쪽은 “60대로 보이는 이 키다리 아저씨는 공동모금회 사무실 주변에서 돈만 전달하고 곧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떤 연유로 거액을 해마다 기부하시는지 구체적인 사연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