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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6일 10시 52분 KST

반기문의 박연차 뇌물수수 의혹이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닌 까닭

United Nations Secretary General Ban Ki-moon (L) and President of the General Assembly Peter Thomson participate in a tribute to the late King of Thailand Bhumibol Adulyadej in the General Assembly hall at United Nations headquarters in New York, October 28, 2016. REUTERS/Brendan McDermid
Reuters
United Nations Secretary General Ban Ki-moon (L) and President of the General Assembly Peter Thomson participate in a tribute to the late King of Thailand Bhumibol Adulyadej in the General Assembly hall at United Nations headquarters in New York, October 28, 2016. REUTERS/Brendan McDermid

역시 정계 입문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지 나흘만인 24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반 총장에게 23만 달러를 줬다는 시사저널의 보도가 터져나왔다.

'신고식' 치고는 꽤 무거운 한 방. 반 총장 측은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대해 '완전 근거 없는 허위'라고 반발했지만 그렇게 쉽게 털어질 수 있는 의혹은 아닌 듯하다. 후속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이던 검찰은 2005년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반기문에게 돈을 주었다는 박연차의 진술을 받았지만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았다고 중앙일보가 26일 보도했다.

검찰의 압박에 박씨는 돈을 준 정치인과 관료들의 명단을 작성해 제출하게 된다. 그해 3월을 전후해 작성된 리스트엔 반 총장의 이름도 포함됐다. (중략) 박씨는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있던 2005년 돈을 준 이유에 대해 “베트남 주석을 국빈 자격으로 한국에 초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성의를 표시했다”고 진술했다. 돈을 전달한 장소는 베트남과 미국 뉴욕 등 두 곳을 놓고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수사팀 일각에선 “2000만원씩 두 차례 돈이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일보 12월 26일)

검찰이 반 총장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이유로 중앙일보는 "소환이 불가능한 반 총장을 상대로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데다 국가 위신만 손상시킬 뿐 실익도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라고 전한다. 현재도 박씨의 진술은 내사기록보고서 형식으로 검찰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는 사석에서 반 총장이 박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면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비난하듯 말했다고 노컷뉴스가 26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선출마설이 나돌자 "반기문 웃긴다.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날텐데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나?"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장으로부터 직접 말을 들었다는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장이 자신의 입으로 '박 회장이 반 총장에게 3억원을 줬다'는 얘길 했다"고 전했다. (노컷뉴스 12월 26일)

이인규 변호사는 시사저널의 첫 보도에 대해 24일 연합뉴스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든 난 모른다"라는, 뭔가 의도적으로 모호한 답을 한 바 있다.

반기문-박연차 의혹에 대한 재수사 및 사법처리 가능성에는 미묘한 지점이 있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의혹은 반기문이 박연차로부터 2005년과 2007년에 돈을 받았다는 것인데 2005년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떄문에 수사가 불가능하다. 2007년의 경우만 수사가 가능한데 이 건의 금액은 2005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대선 의지를 피력한 직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탈환한 반기문에게 '박연차 리스트'는 매우 강력한 신고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