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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6일 06시 09분 KST

새해를 산 속에서 맞고 싶은 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전국, 리스트)

Yongarmsa Temple, Okcheon-gun, Chungbuk, Korea
Topic Images Inc. via Getty Images
Yongarmsa Temple, Okcheon-gun, Chungbuk, Korea

[ESC] 여행

우리 산 정취가 사철 그윽한 건 오래된 절집 덕일 것이다. 명산 깊은 골짜기마다 들어앉은 천년고찰은, 보고 느끼고 생각할 거리들을 두루 품고 있다. 불교 유적이기 전에, 천년 세월 이 땅에 살았던 선인들의 발자취가 또렷이 새겨진 생활사 박물관에 가깝다. 이런 절엔 각 시대 고승들이 먹고 자고 일하며 또 싸우는 가운데 줄기차게 마음 닦고 또 닦아, 반질반질해져서 더 빛을 발하는 내력의 문화유산들이 전해온다.

한겨울 이맘때, 산중 절집엔 무엇이 기다릴까. 풍경을 때리는 차고 맑은 솔바람이 기다리고, 이파리 다 떨궈 정갈한 줄기로 남은 참나무 같은 스님들이 기다린다. 한겨울 정취를 누리며, 걸어온 길 돌아보기 좋은 산중 절집을 찾아간다. 이름난 대형 사찰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아도, 덜 붐비고 볼거리는 많은 고찰들이다. 한겨울에도 다양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므로, 절집에서 하루쯤 묵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도 좋겠다.

1. 경북 구미 태조산 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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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사 태조선원.

구미시 해평면, 고려 태조 왕건의 행적이 전해오는 태조산 자락에 자리한 고찰이다. 신라 눌지왕 때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하며 세운(417년) 신라 최초의 절로 알려진다. 아도화상이 한겨울에도 이곳에 복숭아꽃과 오얏(자두)꽃이 피는 걸 보고 도리사(桃李寺)라 이름붙였다고 한다. 이름과 달리 절은 들머리부터 법당까지 온통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모습이다.

돈성 스님은 “규모는 작아도 신라 첫 사찰답게 문화유산 많고 경관 좋은 곳”이라며 “서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전망과 야경, 새벽 운무도 멋지다”고 자랑했다. 서대는 절 서쪽 전망대로, 주변의 첩첩 산줄기가 한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겨울철엔 해돋이와 해넘이 감상이 두루 가능한 장소다.

오래된 당우로는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 극락전(1875년 중수)과 스님들 선방인 태조선원이 있다. 태조선원은 고려 때 학자 길재가 스님들에게 글을 배운 곳으로, 근현대엔 고승 운봉성수 스님과 성철 스님이 정진했다. 건물 정면에 걸린 ‘태조선원’ 현판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오세창 선생의 글씨라고 한다. 극락전 앞 화엄석탑(보물)은 독특한 모습을 자랑하는 전탑 형식의 고려시대 3층탑이다. 현재 해체·복원 중이다.

극락전 밑에 ‘아도화상 사적비’(1655년)와 전답 시주자 명단을 적은 ‘불량답시주질비’(1712년) 그리고 아도화상이 수도했다는 좌선대가 있다. 태조산의 다른 이름이 냉산인데, 좌선대 주변이 한여름에도 냉기가 흘러 서늘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좌선대는 네개의 굄돌에 덮개돌을 얹은 모습의 고인돌을 닮았다. 이곳에서(또는 서대에서) 아도화상이 손가락으로 서쪽 황악산을 가리키며 ‘불교가 융성할 곳’이라 하여 지은 절이 김천 황악산 자락 직지사라고 한다. 하지만 도리사는 현재 직지사의 말사에 속해 있다. 비록 말사지만, 신라 최초 사찰로서의 지위는 지금도 인정받는다. “다른 절에 들러, 큰집에서 왔다고 하면 다 알아듣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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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이곳 세존사리탑을 해체·복원할 때 나온 금동육각사리함(8세기 중엽. 국보)과 ‘진신사리’ 1과가 도리사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사리함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겼지만, 진신사리 1과는 도리사 경내에 적멸보궁과 사리탑을 세우고 봉안했다.

도리사에선 사철 휴식형·체험형·수행형 등 여러 방식으로 ‘향기만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108배·연등만들기·솔숲명상·향만들기, 타종체험과 명상, 더치커피 명상, 행선과 와선, 문화재에 숨은 ‘불교 미’ 찾기 등이 포함된 일정이다. 전통 방식의 공양 체험인 ‘발우공양’은 단체로 신청할 때 가능하다. 도리사에선 매일 무료 점심공양(11시50분~12시20분)이 제공된다.

2. 강원 고성 금강산 건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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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 불이문. 한국전쟁 때 불타지 않고 남은 유일한 건축물이다.

금강산으로 드는 관문 구실을 해왔던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법흥왕 때 창건돼 조선시대엔 한때 3000칸이 넘는 건물이 들어서 조선 4대 사찰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대찰이었으나, 잇단 화재와 한국전쟁 때 포화로 폐허가 됐다. 국내 염불만일회(1만일, 27년5개월 동안 염불을 외며 수행하는 법회)의 시발점, 부처 진신치아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700여 승병을 일으킨 호국사찰로도 이름 높다.

전쟁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축물은 절의 정문 구실을 하는 불이문(1920년 건립)뿐이다. 1989년까지 민통선 지역으로 출입이 막혀 있다가, 개방되며 10여채의 건물을 복원했다. 하지만 무지개형 다리 홍교인 능파교(보물)를 비롯한 여러 석교들이 남아 있고, 일제 때 파괴된 모습이지만 사명대사의 행장을 적은 기적비(1800년)와 70여기에 이르는 부도와 탑들이 남아 있다.

여느 절에선 보기 어려운, 10단계의 수행과정을 상징하는 문양들을 새긴 십바라밀석주(1928년) 한 쌍도 이색 볼거리다. 임진왜란 때 왜적이 약탈해 간 부처님 치아사리를 사명대사가 되찾아와 봉안했는데, 종무실 안쪽 사리친견장에서 5과의 치아사리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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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 진신치아사리, 십바라밀석주.

건봉사에선 ‘괜찮아, 템플스테이’를 사철 운영한다. 타종체험, 108배와 108염주 꿰기, 비구니 스님과의 차담, 등공대(신라 때 염불만일회 뒤 31명이 극락으로 올랐다는 장소)까지의 포행, 화진포 해변의 해맞이 등이 진행된다. 발우공양 체험은 없다.

강원 동해안 고성 지역은 한겨울 폭설이 잦은 곳이다. 눈 내린 뒤 방문길엔 차량에 체인을 장착하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경내 설경이 아름다워 눈 내린 뒤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일반 탐방객에게 매일 무료 점심공양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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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봉사 템플스테이 108염주 꿰기.

3. 전남 구례 지리산 천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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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통일신라시대 인도에서 온 승려가 창건했다고 전해오는 고찰이다. 본디 경내에 이슬처럼 맑은 샘이 있어 감로사라 했으나, 임진왜란 뒤 중건 때 샘터에 구렁이가 나타나 죽였더니 샘이 솟지 않아, 절 이름을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로 바꿨다고 한다. 그 뒤로 화재가 끊이지 않았는데, 조선 4대 명필로 일컬어지는 이광사(1705~1777)가 일주문에 물 흐르듯 유려한 서체로 ‘지리산 천은사’라고 세로로 쓴 현판을 걸자 화재가 멈췄다고 전해온다.

1700년대 후기 중건된 극락보전과 1800년대 중반 건립된 강당 보제루, 계곡 홍교 위에 걸린 세워진 수홍문 등이 아름답다. 극락보전엔 아미타후불탱화(1776년·보물)가 있다. 천은사 둘레로, 녹차밭과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30분 거리의 산책코스 ‘금강송숲길’도 걸어볼 만하다.

천은사에선 사철 자유롭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자율형 템플스테이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1박2일로 운영하는 체험형 ‘걸음아, 마음아’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12월31일 1박2일로 운영되는 해맞이 템플스테이의 경우 스님과의 차담, 연꽃소원등 만들기, 소원등 들고 숲길 걷기, 나 사용설명서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참가 인원이 많아지면 단체로 노고단에 올라 해맞이 행사를 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해맞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절들의 목록은 아래 그림을 눌러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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