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6년 12월 24일 13시 11분 KST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교육은 사실상 반려인을 위한 교육이다(인터뷰)

Morning walk with dog (black labrador retriever). Young man is training his puppy walking on the leash.
Chalabala via Getty Images
Morning walk with dog (black labrador retriever). Young man is training his puppy walking on the leash.

[토요판] 인터뷰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당신은 누군가를 10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나요?” 매일같이, 한결같이. 아마 오늘도 수많은 개와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이 이렇게 함께 사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건 그들은 물론이고 사람에게도 헛된 노력은 아닐 것이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짧은 머리에 운동선수처럼 단단해 보이는 어깨를 지닌 그의 직업은 반려견 훈련사다. 강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말투는 몹시 부드럽다.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겉모습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강의에 나선 그는 “왜 강아지를 키우냐?”고 묻고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앉아” “기다려”를 명령하기 전에, ‘내가 너의 주인이야’라는 의식을 주입하기 전에 강아지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던 2016년 여름 엠비시(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와 쟁쟁한 연예인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반려견 보호자가 아닌 이들도 이제 그의 이름과 직업은 알게 됐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만나야 할 이유가 더 늘기 전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보듬 반려견 교육장에서 그를 만났다. ‘보듬’은 그가 세운 반려견 행동클리닉이다.

333

반려견의 행동은 대부분 반려인에게서 온다는 게 강형욱 훈련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반려견 교육은 사실상 반려인을 위한 교육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1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보듬’ 훈련소에서. 오른쪽은 그의 반려견 다올이.

-강형욱 하면 드는 생각 첫번째. ‘요즘 엄청 바쁠 것이다.’ 어떤가요?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이비에스(EBS)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촬영하고요. 섭외 들어오는 게 있기는 한데, 불러준다고 감사하다고 넙죽 나가면 제 밥벌이 제대로 못하게 될까봐.(웃음)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섭외 요청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강형욱 하면 드는 생각 두번째. ‘외국에 오래 살았을 것이다.’ 어떤가요?

“저보고 해외파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전 해외파가 아니에요. 그냥 연수를 다녀온 것일 뿐.”

-실질적인 훈련사 교육은 국내에서 받았다는 거죠?

“훈련사 생활을 1999년도부터 시작했고, 2005년에 군대를 갔어요. 연수는 군대 다녀온 뒤, 훈련사 생활을 하면서 한 거예요.”

-중학교 3학년 때 훈련사 생활을 시작했다는데, 훈련소에서 숙식을 하는 그런 개념이에요?

“요즘은 국내에도 아카데미 같은 게 생겼는데, 그땐 대부분 사설 훈련소였어요. 오늘 보셨겠지만 이곳 교육장엔 개가 한 마리도 없잖아요. 보호자가 개를 데리고 와서 교육을 받고 돌아가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런데 예전 사설 훈련소 대부분은 일정 금액을 내고 3~4개월 동안 개를 맡기고 가요. 그러면 거기서 생활하는 훈련사들이 앉아, 엎드려, 기다려 이런 걸 가르친 뒤 보호자에게 돌려보내는 거죠. 그런 곳엘 들어간 거죠. 견습생으로. 작가로 치면 문하생 같은 거죠.”

-연수를 다녀온 뒤 훈련하는 방식이 부드럽게 바뀐 건가요?

“저도 오랜 기간 압박적인 교육을 했죠. 처음 배울 땐 그런 방식이 강압적인지도 몰랐어요. 나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개를 압박하지 않고,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공부하기 시작한 거죠.”

-2010년 8월 <중앙선데이>와 인터뷰 기사 제목이 “개는 계급적 동물, 주인이 약해 보이면 오히려 주인 행세”예요. 부드럽지 않은데요?

“제목이 좀 마음에 들진 않는데(웃음)… 확실한 건 저 당시엔 저도 꽤나 강압적인 교육을 선호했어요. 제 말들을 글로 옮기면 저런 기사가 나왔을 법해요.”

-국외 연수를 어디서 했죠?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년 반, 일본에서 6개월.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노르웨이에서 12주 정도. 그게 4년 전쯤.”

-그럼 노르웨이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지금의 교육 방식을 만드는 데 영향이 컸네요?

“그럼요. 12주 동안 돈 많이 썼어요.(웃음)”

-2014년 6월 한 강의에서 “강아지를 공부하면서 어렸을 적 내가 안쓰러워졌다”고 말했는데.

“노르웨이의 강아지 훈련사 안네 릴 크밤(Anne Lill Kvam)을 찾아가 그의 옆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첫 만남에서 그가 이런 질문들을 해요. 어린 시절은 어땠니? 아버지 어머닌 어떤 분이셨니? 그땐 많이 슬펐어? 외로웠어? 등등. 그러곤 ‘네가 먹는 핫도그를 떨어뜨리면 강아지는 어떻게 할까’라고 묻더군요. ‘훔쳐 먹겠죠’라고 했더니 ‘왜 훔쳐 먹었다고 생각해? 그러면 넌 강아지를 나쁜 개로 대하겠네? 근데 사실 개는 땅에 떨어진 걸 먹은 거잖아. 훔쳐 먹은 게 아니지. 그럼 그냥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왔어요. ‘너는 그때 그냥 말을 한 건데 엄마가 화를 냈겠구나. 슬펐겠다. 넌 그냥 슬픈 거고, 엄마는 널 이해하지 못한 거야. 괜찮아, 엄마도 다 완벽하지는 않아. 실수할 수 있어. 너도 실수할 수 있듯이. 강아지도 실수할 수 있어. 너나 강아지나 똑같지 않을까? 넌 강아지를 가르치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사람은 화내야 돼? 왜 화내? 너도 실수하는데’… 살면서 한번도 그런 얘길 들어보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가 그래서 반성문 같은 거군요?

“모두 제가 실수했던 내용이에요. 안네 릴 크밤 선생님 만난 뒤, 스쳐 지나가는 개들이 많았어요. 미안해서 많이 울었죠.”

-아버지가 강아지 번식장을 하셨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강아지 훈련사였다는 인터뷰도 있더군요.

“둘 다 맞는 말이죠. 지금이야 강아지 훈련사, 미용사가 따로 있고, 도그쇼 출전을 전문으로 하는 핸들러도 있죠. 그런데 예전엔 구분이 없었어요. 훈련사가 번식도 하고 미용도 하고 그랬죠. 저희 아버지도 그러셨고요. 경기도 성남 복정동에서요. 농부들이 논농사, 밭농사만 하지 않듯이 강아지로 돈이 되는 건 조금씩 다 했던 거죠.”

-강아지 번식장의 문제를 그때 느꼈던 거예요?

“아니요.(웃음) 그땐 요즘 같은 공장식 번식 문제가 화두도 아니었어요. 다만 ‘아버지가 개들을 참 지저분하게 관리한다’ ‘치료도 잘 안 한다’ ‘왜 저럴까’ 정도였어요.”

5

지난 9일 이비에스 ‘세나개’에 출연한 강형욱은 교배업체를 다녀온 뒤 폭력적으로 변한 강아지의 교배 사진을 보자 “이런 사진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이나 자신이 쓴 책에서도 강아지 번식장을 비판해 왔다. 한국에서 입양되는 강아지의 90% 이상이 비좁고 지저분하고 냉난방이 되지 않는 축사에서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는 게 그가 지적하는 현실이다.

“‘팻 팩토리’는 제게는 사실 1차원적이고 어쩌면 이기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제였어요. 교육이 잘 안 되는 강아지가 있어요. 뭐가 문제일까 따져보기 시작해요. 어디서 입양했지? 숍에서 입양했네. 숍에서 입양한 강아지는 어디서 태어나지?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번식해서 숍에 파는구나. 그곳 강아지들은 어떻게 태어나지? 강제 번식해서. 그런 뒤엔? 어미한테 보살핌을 받을 기회도 없이 숍에 팔리는 거죠. 그렇다면 내 강아지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부모견의 최소한의 보살핌을 받은 강아지여야 한다는 답이 나오는 거죠.”

-세나개를 보면 강아지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즉시 찾아내던데, 혹시 답을 못 찾았던 경우도 있나요?

“매번 있어요.(웃음)”

-그럴 땐 어떻게 하죠?

“사실 제가 만든 환경으로 데리고 오면 해결할 수 있는데, 결국 강아지는 보호자들과 함께 살잖아요. 보호자가 가능한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고민이 많죠. 강아지가 먹는 사료나 산책 코스, 심지어 미용 스타일까지 사실 사람이 선택한 거잖아요. 강아지의 행동은 결국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건데, 가족들이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 강아지는 큰일 난 거죠.”

-방송을 보면 그럴 때 직설적으로 말하더군요.

“그렇긴 한데, 순서가 있더라고요. 시간이 들더라도 하나씩. ‘당신의 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죠. 그래서 당신이 변한다면 개도 변할 거라고 말해요.”

-사람부터 변해야 하는 거네요?

“우리도 자주 그러잖아요. ‘너부터 제대로 해라’ ‘너부터 말 똑바로 해라’고. 보호자들도 ‘개부터 변하면 나도 변할게’라는 마음들이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강아지가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해요.”

-사실상 사람을 교육하는 거군요?

“강아지 훈련사라고 속이고 가는 거죠.(웃음)”

-사람 심리 같은 걸 공부했어요?

“따로 하진 않았고요, 하도 답답하고 궁금해서 책 몇 권 읽었어요.(웃음)”

-‘보듬’ 같은 긍정적인 교육을 하는 시설들이 국내에 없어요?

“아니요. 많이 알아보진 못했지만 많이 있을 거예요. 좋은 생각과 좋은 철학을 가진 훈련사들이 많을 거예요.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죠.”

-보듬에서도 훈련사 교육을 해요?

“견습생들이 있어요.”

-그분들 교육도 해야겠군요.

“회사 대표가 되면 강아지 훈련만 하면서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전 많은 분들 도움을 받아서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제가 운이 돼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담이 크다는 얘기죠?

“저는 (일정 기간 안에 강압적 방식으로 교육하는) 위탁교육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2010년쯤엔 저도 위탁교육 많이 해서 돈 벌었어요. 결혼도 해야 했고, 돈이 필요했거든요. 지금 훈련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저처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공부를 더 하고 나서 어머니를 상담해주고 싶다”고도 했던데?

“훈련사인 제가 이런 얘기 하는 건 조심스러운데, 노인복지나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관련이 있는 거겠죠?

“예전 호주에서 강아지와 산책 중에 만난 할아버지가 길을 비켜주면서 ‘산책 나왔어? 오늘 잘 자겠네’라고 하더군요. 그 뒤 한국에 와서 서울 보라매공원이었나, 보호자와 강아지 셋이서 산책을 하는데 널찍한 골목이었어요. 그런데 한 중년 아저씨가 길을 비켜주지 않더군요. ‘음…’ 하면서. ‘개 따위에게 내가 길을 비켜주나’ 하는 표정이어서 저희가 비켜 갔죠.”

-많이 다르네요.

“왜 다를까 생각하다가, 혹시 ‘호주의 할아버지보다 한국의 아저씨가 가난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든 마음이든.”

-노인들이 살만한 세상이라면 강아지에게도?

“그렇죠. 노인이 행복하면 굉장히 많은 문제나 걱정들이 다 풀릴 것 같아요. 유기견 봉사도 하고 있지만,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개를 키워야 할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키우지 말라는 조언들은 많은데, 그 반대는 없는 것 같아요.

부드러운 말투와 다양한 표정, 손짓을 섞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그의 말문이 이 질문에서 막혔다. 그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생각해 보고 문자로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23일 오후까지 답은 오지 않았다. 깜박 잊은 것이겠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지금 과거 자신과 만났던 강아지들에게, 그들을 ‘훈련’했던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개를 키우셔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다닐 것 같았다. 머지않아 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파’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