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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3일 12시 05분 KST

한 나라가 공화국인지 알아볼 수 있는 다섯 가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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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 뜨거운 건 호빵만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이슈가 뜨겁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탄핵, 18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답변서까지 숨가쁘게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나와있다. 대체 '공화국'이란 무엇일까? 한 나라가 공화국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기준을 책에서 찾아보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결코 뻔한 선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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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모든 제목은 책 '헌법 사용 설명서'(조유진 저)에서 인용.

1. 국가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처럼 운영된다면 그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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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에서 국민은 지배 받지 않는다. 프랑스 대혁명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왕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공화국에서 국가의 최고 권력자는 국민이기에, 만약 국가의 힘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데 쓰인다면, 그런 나라는 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국가의 소유자는 국민 이외에는 존재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같은 대의기관은 국가를 소유한 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고용된 공무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국가를 사적 소유물로 취급하거나 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월권이다." (책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저)

2. 국민이 국가적 의사결정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봉쇄된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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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따라서 만약 대리인이 국민의 뜻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면 위임자인 국민이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대리인이 늘 위임자의 의사와 맞게 행동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국민의 직접적 의사 결정'이 공식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나라 또한 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공화국에도 대의제는 존재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의 대의제는 국민의 직접적 의사 결정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대의제가 국민의 직접적 의사 결정을 배제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민주공화국에서는 국민이 언제든지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지 그 의사결정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물론 국민이 모든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국민은 중요한 의사 결정에 개입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사안이 국민이 개입해야 할 '중요한 사항'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국민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일단 모든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해야만 한다." (책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저)

3. 경제 원리가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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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을 쓴 루소는 시민으로 하여금 경제적인 일에만 마음을 쓰게 만드는 정부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나와 가정의 이익 외의 일에 무관심해지는 순간 공화국은 망가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경제가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시민 사이의 연대가 가로막힌다면 그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공화국은 국민의 정치적 결정이 시장 논리보다 우선하는 국가이다. 그것은 적어도 경제가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라 다양한 공적 혹은 개인적 삶의 영역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당연한 상식에 입각한 체제를 뜻한다...공화국에서는 국민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의사 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주권자로서 대등한 연대 의식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 친절, 그것이 공화국 시민의 미덕이다. 돈이 아닌 연대 의식으로 결속된 사회, 그것이 공화국이다." (책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저)

4. 불평등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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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배 받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정부가 시민을 지배할 수 없듯이, 시민이 다른 시민을 지배할 수 없다. 평등 또한 공화국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공화주의는 "시민 사이의 비의존성과 동등성을 중대한 공적 이익"(책 '한국 헌법과 공화주의', 김동훈 저

)으로 본다. 그것이 권력자에 대한 통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평등은 항상 무너지려는 속성이 있다. 처음에는 평등하게 출발한 사회라도 작은 차이들이 누적되면서 나중에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차등이 발생하게 된다...민주공화국의 핵심적인 성립 조건은 평등이다. 극도의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는 공화국을 가능케 하는 정신적 가치, 즉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 주권자로서의 덕성과 시민적 우애심 같은 것이 싹트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저)

5. 국민이 정부나 개인, 단체, 기업, 기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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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화국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공화국은 어디까지나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지배 받지 않고 철저히 독립된 개인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지배는 폭력에 의한 지배만을 말하지 않는다. '스폰서'로 일컬어지는 돈에 의한 지배, 알게 모르게 여론을 주도하는 사회 주도층에 의한 지배 등등 일견 편하고 유혹적인 것들까지도 포함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우리에게 이 모두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개인이자 참여하는 시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질문해보자. 나는 공화국의 시민인가?

"민주공화국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든 지배가 사라진 나라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완성된 모습이다. 지배가 없다는 것은 단지 자유로운 것과 다르다. 간섭하지 않는 너그러운 주인을 만난 노예도 자유로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노예가 아무리 자유롭다 하더라도 엄연히 주인이 존재하는 한 그는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지배는 꼭 강압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그렇기 때문에 공화국의 시민은 자신 또는 타인이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책 '헌법 사용 설명서', 조유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