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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0일 10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0일 10시 50분 KST

이재명은 이렇게 해서 문재인을 이길 생각이다. 무척 그럴싸해서 정말로 이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Lee Jae-myung, mayor of Seongnam city, speaks during an interview in Seongnam, South Korea, on Wednesday, Nov. 23, 2016. Lee is rising in opinion polls with about a year to go until South Korea's next presidential election. He wants to break up the country's biggest companies, meet unconditionally with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nd throw President Park Geun-hye in jail over an influence-peddling scandal.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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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ae-myung, mayor of Seongnam city, speaks during an interview in Seongnam, South Korea, on Wednesday, Nov. 23, 2016. Lee is rising in opinion polls with about a year to go until South Korea's next presidential election. He wants to break up the country's biggest companies, meet unconditionally with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and throw President Park Geun-hye in jail over an influence-peddling scandal.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지지율 3%에서 3위까지, 이재명 성남시장의 급부상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지지율 3%대로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도 밀렸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단숨에 지지율 3위로 뛰어올랐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2주가 지나면서 이재명의 급등세는 잦아든 형국. 그러나 이재명은 여전히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3위의 '유력' 대선 주자다.

일찌기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이 시장이 청와대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전 대표를 넘어서야 한다. 문 전 대표는 근래 줄곧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민주당 내에서 '文 vs 李'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어떻게 이길 것인지 전략을 세워둔 듯하다. 그리고 그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바로 자신이 '진짜 보수'임을 어필하는 것.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줄곧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일 발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수는 법질서가 존중되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걸 원하는 이들이다. 나는 그런 보수의 가치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또 사회주의적 요소도 없다. 내가 복지를 앞세운다고 진보라는데, 기본소득 확대 같은 복지정책은 서구 보수우파 정권들의 전유물이다. (중략) 지금 우리나라는 기득권 지배세력이 자신을 보수라고 포장해 진짜 보수가 화난 상태다. (중앙일보 12월 20일)

그리하여 이 시장의 비판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를 가장한 부정부패 집단"으로 향한다.

정부는 예산의 10%를 국방에 투입하면서도 미군 없으면 진다고 한다. 말이 되나. 방위비를 떼먹고 딴 데 쓰니 이런 소리 나오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진짜 종북 아니면 뭔가. 새누리당 같은 가짜 보수들은 말로만 안보를 떠들며 나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중앙일보 12월 20일)

이재명은 자신의 급부상이 기득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과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던져온 메시지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반(反)기득권만 가지고는 본선의 고비를 넘기 어렵다. 한국의 대선은 '부동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이가 승리하곤 했다.

자신이 진짜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는 이재명은 이제 그러한 부동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것이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어떠한 지점에서 문재인과 차별화를 꾀하는지를 보자.

'집권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문재인의 발언을 중앙일보가 들려주자 이재명은 곧바로 "나는 미국을 먼저 가겠다"고 답한다. 동맹인데다가 남북 관계를 위해서도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도 가장 강력한 반대자였건만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문재인과는 달리 '재검토'를 주장하지 않는다.

“미국과 협의가 된 사안이니 일방적인 폐기는 불가능하고 무책임하다. K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완성 시까지 시한부 배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도 MD의 일환이다. 이 또한 일방적 폐기는 불가능하니 1년마다 갱신하는 조항을 원용해 1년 뒤 중단시키면 된다.” (중앙일보 12월 20일)

이재명은 민주당이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가면 반드시 패배할 거라고 말한다. "'진보’로 불리는 순간 무능·무책임·종북 틀에 갇힌다. 먹고사는 문제로 승부해야 한다. 공정성이 핵심이다."

충분히 주효할 만한 전략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선. 이재명이 문재인을 넘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부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제아무리 이재명의 지지율이 비약적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친문(親文)이 장악하고 있다. 대선 후보를 당원 경선을 통해 뽑을 경우 이재명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이재명은 '2012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경선은 국민이 하지 당이 하는 게 아니다"라는 무리한 주장까지 하면서. 하나의 당이 대선 후보로 낼 인물을 뽑는 행위인 경선에서 당원이 아닌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정당 정치의 개념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리고 그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이전에도 대선 후보가 나왔다!) 이재명이 이길 수 있는 길은 이것 뿐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