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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7일 11시 36분 KST

기업의 도덕적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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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주체가 있다. 바로 대기업들이다. 어떤 기업은 알아서 바쳤(다고 하)고, 어떤 기업은 억지로 뜯겼다(고 한다). 뜯은 이와 뜯긴 이, 받은 이와 바친 이가 어떤 조건을 걸고 거래를 했는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달리 유난히 차갑다. 경제 규모와 기업의 세계화에 걸맞게 조금 더 건강하고 투명한 경영을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내외 모범이 될 만한 사례, 그리고 모범이 안 될 경우 대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 등에 대한 책이 있어서 소개한다.

south korea assembly

1. 도덕적 의무를 다한 해외 기업

legacy10

“영국에서도 규모는 작으나 미국의 기부서약운동과 유사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리거시10(Legacy10)’이라 불리는 이 운동은 개인 재산의 10%를 기부하는 운동이다. 영국의 버진그룹(Virgin Group)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유럽 최대 핸드폰 판매업체인 카폰 웨어하우스(Carphone Warehouse) 공동 창업자 찰스 던스턴(Charles Dunston) 등이 참여하고 있다. 개도국에도 그러한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인 타타그룹(Tata Group)을 들 수 있다. 타타그룹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잠세트지 타타(Jamsetji Tata)이다. 19세기 말 섬유업으로 돈을 모은 그는 300원을 벌면 200원을 기부한다는 정신으로 사업을 시작한 인물이다. 말년에는 영국을 능가하겠다며 재산의 절반을 기부해 인도과학원(Indian Institute of Science, IISc) 설립을 주도했고, 이곳에서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현재도 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즈(Tata Sons) 주식의 2/3는 자선재단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회사 수익금의 60%를 자선기금으로 사용한다.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책 ‘가난한 집 맏아들’, 유진수 저)

부러운 이야기들이다.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최대한 돈을 벌고, 동시에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기업(인) 사례다. 이런 기업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할 수밖에 없다. 순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굳어지면, 투명한 관리가 필수가 되면서 부정부패도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부정부패의 악순환 고리 단절의 시작은 과감한 사회 환원일지도 모른다.

2. 모범적인 국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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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도덕적인 의무를 다한 기업인들이 있다. 1926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씨는 유언을 통해 자신 소유의 유한양행 주식 전부를 재단법인 “한국사회 및 교육 원조 신탁기금”에 기부했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사회와 종업원의 것이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한 그는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던 즈음에는 자녀들을 배제하고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는 자신의 도덕적 의무보다 더 많은 것을 사회에 돌려준 사례다.” (책 ‘가난한 집 맏아들’, 유진수 저)

유일한 씨는 우리의 자랑스런 경영인이다. 기를 쓰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비단 대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일반적인 정서다. 그런데 유일한씨는 그것을 뛰어 넘었다. 사회에 모든 것을 돌려주었다. 그 정신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몇몇 기업인들이 그것을 본받아 실천하였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널리 퍼지지 못한 점, 그리고 따라서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인들이 더 많이 나오지 못한 점은 아쉽다.

3. 세계적 기업들의 뒷모습, 반감 그리고 규제

federal trade commission act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점점 극에 달하게 되었고, 급기야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 즉 독점금지법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1890년 제정된 미국의 셔먼법(Sherman Act)은 기업들의 담합을 금지하고, 독점화를 금지했다. 1914년에 제정된 FTC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과 클레이튼법(Clayton Act)은 불공정한 경쟁행위,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차별, 독점을 창출하는 기업결합 등도 금지했다. 이러한 법의 제정에 따라 미국 정유 시설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은 33개 회사로 분할, 해체되었으며, 아메리칸토바고(American Tobacco)도 16개 회사로 분할되었다. 독일,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도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해 20세기 들어 차례대로 독점금지법을 도입했다. 재벌을 규제하기 위한 다른 법들도 도입되었다. 재벌(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의 은행법이 대표적인 예다.”(책 ‘가난한 집 맏아들’, 유진수 저)

서양의 여러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반감을 샀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규제하는 법이 제정되었고, 몇몇 기업은 분할,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기업들이 국가나 국민들에게 끼친 해악은 복구가 되기는 어렵다. 이런 법들도 사후 규제일 뿐이다. 그렇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한 사업이 자꾸 드러날수록 이러한 법이라도 제정하여 사후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실히 높아진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대대적인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