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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3일 12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3일 12시 49분 KST

새누리당 친박계가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하나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가 여기에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현역의원 55명을 비롯해 130명이 이름을 올린 거대한 조직이다.

13일 창립총회를 연 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창립 선언문을 통해 설립 목적과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밝혔다. 그런데 이 선언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 정말, 정말 많다.

허핑턴포스트는 이 창립선언문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1. 친박이 대한민국 정통 보수다!

park geun hye

친박계는 창립선언문에서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정통 보수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한 번 들어보자.

대한민국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출범하는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여 합리적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며 미래 사회를 선도하는 올바른 시장경제를 정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힘과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첫째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대한민국의 정통 보수세력으로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을 선동하거나 대중인기 영합주의적 노선을 지양하며 국가와 사회 발전의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겠습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친박계는 헌법과 법치주의 훼손에 앞장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또 "대한민국과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친박들의 거창한 포부와는 달리, 조선일보마저 '친박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는 정반대의 조언을 한 바 있다.

지금 친박계 인사들은 생각이 전도(顚倒)돼 있다. 이들은 '우리가 물러서면 보수 전체가 죽는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박이 물러서야 보수가 산다. 생각이 현실과 반대이니 민심과 다른 길로만 가는 것이다. 당장 길 가는 사람 몇 명만 붙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는 것을 이들만 모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월12일)


2. 친박이 대한민국 기득권을 타파하겠다!

park geun hye

친박계는 또 '기득권 타파'와 '사회 정의 실현'을 다짐했다. 당내 기득권을 쥐고 공천을 좌지우지 했으며, 최순실을 옹호하기에 급급했던 그 친박이 말이다.

둘째,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기득권의 부도덕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과 자아실현에 앞장서며, 혁신적 자기희생을 통해 세대간 통합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친박들이 말하는 "기득권의 부도덕성"은 혹시 조선일보·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마저 혀를 끌끌 찬 '친박 공천개입'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조한 것?

또 친박들이 다짐한 "혁신적 자기희생"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혁신적 자기희생'이라면 이들을 따라갈 자들이 없긴 하다.

동아일보는 친박계를 "수구적, 봉건적" 집단으로 지칭하며 "혁신이 될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주군을 부모처럼 모시면서 ‘권력 카르텔’ 내부의 형님 아우님끼리 이권을 챙기는 것이 전근대적 가산제(家産制) 정치다. 이런 수구적, 봉건적 사고방식의 친박계가 오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계파 모임을 출범시킨들 혁신이 될 것 같지 않다. 정권 재창출은 포기한 채 박 대통령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동아일보 사설 12월13일)


3. 친박이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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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뜨거운 대목 중 하나는 바로 "변화와 혁신"을 운운한 이 부분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친박계가 이 모임을 출범시킨 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자신들이 '폐족'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자신들을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 묘사했다.

또 친박계는 비박계를 무려 "배신의 정치"로 규정하기도 했다. 배신은 누구에 대한 배신을 말하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배신? 국민에 대한 배신?

셋째,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위기 앞에 국민과 당을 분열시키는 배신의 정치, 분열의 행태를 타파하고,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재창당수준의 완전히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에 매진하며,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이런 친박계의 행태를 "적반하장도 유분수", "좀비 정치", "박근혜를 외쳐야만 생존이 가능한 생계형 정치파벌"로 규정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친박들은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법적·윤리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들끼리 살아보겠다고 패거리 지어 설쳐대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 철퇴를 내릴 세력이 없다면 국민이 응징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12월13일)


4. 친박이 개헌에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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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는 또 "국가개조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넷째,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5년 단임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고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국가개조 개헌에 앞장서겠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친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문화일보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친박의 비박 공격은 아전인수도 넘어 궤변에 가깝다.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했고, 박 대통령 주변의 국정농단을 밝히고 시정하기는커녕 비호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공천과정에서는 ‘진박 감별’ ‘헌법 위에 의리’ 운운하며 전횡을 휘두르다 여소야대를 자초했다. (문화일보 사설 12월12일)

그런데 이제와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폐해를 개선"하겠다고?


5. 친박이 보수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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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친박계는 "보수 세력 간의 대연합"을 이뤄 "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 통합도 못하면서.

다섯째, 우리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좌파세력의 허구성에 대항하여 올바른 소통과 투명한 정치문화를 통해 보수 세력 간의 대연합을 실현하고 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재창출에 앞장서겠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친박계의 '패거리 행태'를 꾸짖은 바 있다.

친박 인사들이 보수 이념을 일부 공유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에겐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새누리당 내의 패권을 계속 쥐고있는 것이다. 이를 추구하며 같은 보수 진영 사람들을 끊임없이 적대하고 공격해 오늘날의 보수 정당 지리멸렬상을 만들었다. (조선일보 사설 12월13일)

종합하면, 보수 언론들조차 친박계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는 혁신도, 통합도, 보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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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친박 큰형님'으로 불리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해선 "사람은 누구나 실수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모시던 대통령에 대해서 야당보다 더 앞장서서 어느 날 갑자기 침을 뱉고 이러는 것은 안된다. 부부 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가 있다. 우리도 상하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2월13일)

서 의원의 이러 발언은 이 모임의 창립선언문 첫 문장과도 맞지 않는다.

"오늘의 사태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하며 뼈를 깎는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것을 선언합니다."

대체 뭐 하자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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