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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2일 09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2일 09시 50분 KST

회장이 전한 '日 무인양품'의 아주 단순한 전략

Japan's Ryohin Keikaku Co President Masaaki Kanai speaks during an interview next to the company's logo for its Muji retail chain, in Tokyo November 17, 2008. Ryohin Keikaku, which operates Muji stores, would find it hard to meet its full-year profit forecast given rapidly deteriorating consumer spending, Kanai said. REUTERS/Yuriko Nakao (JAPAN)
Yuriko Nakao / Reuters
Japan's Ryohin Keikaku Co President Masaaki Kanai speaks during an interview next to the company's logo for its Muji retail chain, in Tokyo November 17, 2008. Ryohin Keikaku, which operates Muji stores, would find it hard to meet its full-year profit forecast given rapidly deteriorating consumer spending, Kanai said. REUTERS/Yuriko Nakao (JAPAN)

“우리는 건축이라든지 디자인, 패션 같은 걸 싫어합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선 가나이 마사아키(59) 일본 무인양품(무지) 회장이 입을 떼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무인양품은 조미료부터 양말, 시디플레이어, 소파, 집, 공항터미널까지 7000여종 제품에서 ‘무지 스타일’을 만들어낸 글로벌 디자인·유통 기업이다. 1980년 유통기업 세이유의 생활디자인브랜드로 출발한 뒤 독립해 현재 26개국에서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간소함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없는 브랜드’, ‘디자인 없는 디자인’ 철학으로 유명하다. 가나이 회장은 세이유로 입사해 1993년부터 무인양품에서 영업매니저로 일하다 2008년 대표이사, 2015년 5월 회장에 올랐다.

masaaki kanai

가나이 회장은 무인양품의 전략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짧게 정리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와 자원 고갈 등, 풍요로운 생활만 추구하던 세상의 위기가 디자인의 도전 과제가 됐다”며 “생활이 아름다워지면 세상은 좋아진다는 게 우리의 유일한 철학”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시각적 화려함이 아니라 “생략과 간소화의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최소 자원으로 생활에 도움을 주는” 미의식이라고 했다. 두께를 20% 줄인 화장지, 매트리스에 다리를 직접 붙인 침대, 벽걸이형 시디플레이어가 그런 사례다. 지난해 개장한 나리타공항 3터미널 디자인도 예산 부족을 창의적 디자인으로 극복한 사례다. 그는 “저가항공사용인 3터미널은 예산이 통상 규모의 절반에 불과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설치할 수 없는데 걷는 구간은 1.5㎞에 달했다”며 “어떻게 하면 불평 없이 걷을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돈 내지 않고 가는 체육관’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회고했다. 긴 통로에 경기장처럼 트랙을 그려 걷는 지루함을 줄인 것이다. 또 밤 입출국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모든 좌석을 소파 겸 침대로 쓸 수 있게 해 호응을 얻었다.

가나이 회장은 “사회 문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기업적 양심과 크리에이티브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며 디자인 경영의 공공적 가치를 강조했다. 무인양품은 지난해 노령화와 생산성 악화가 맞물리는 시골 마을 재생사업을 ‘로컬 일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무인양품의 주력사업으로 부상 중인 주택사업과 공동주택 노후단지 개선 사업도 노년층의 고립 문제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가나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 디자이너들 대상 강의에서 “20년 후 한 가지 남아야 하는 게 있다면 갤럭시인가 김치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는 “문명은 하나로 수렴되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다”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획일적 세계화에 대항해 문화적 다양성, 지역화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