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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1일 06시 49분 KST

미국도 유럽도 이제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고 있다

Image relates the U.S. federal government with such concepts as savings, budgeting, spending, finance, taxes, fiscal and monetary policy
Peter Gridle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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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를 살리려는 긴급 조치로 등장해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던 각국의 대대적인 돈 풀기 정책이 8년 만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

주요국 당국은 그간 '제로(0) 금리'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대량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해왔지만, 이제는 속도·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4월부터는 자산매입규모를 축소할 예정이어서 테이퍼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을 낳는다.

중국과 터키,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는 자국에서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정책이 이미 등장했거나 예상되고 있다.

美 12월 금리인상 전망 100%…트럼프 효과에 "내후년에는 금리 2% 넘길 듯"

미국은 이달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연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회의 때 9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이후 올해 총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저유가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이슈가 겹치면서 아직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극적인 감산합의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겼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뒤 성장 기대감에 금융시장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금리 인상 확률 전망은 무려 100%에 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의 집계에서도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97.2%였다.

향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금리 인상에 점차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의 세율 인하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부풀어 오르고 물가 상승세가 탄력을 받으면 자연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 6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2017년 12월 기준금리가 1.26%, 2018년 말에는 2.07%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번에 0.25% 포인트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올해 12월 인상 이후 내년에만 3차례 올릴 것이라는 것이다.

숀 스네이스 센트럴 플로리다대 이코노미스트는 "높아진 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이 연준의 행보를 재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연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간 시중에 유동성이 흐르길 기대하며 풀어뒀던 돈 자루를 다시 죈다는 신호다.

앞서 연준은 2008년 12월 금리를 제로 수준인 0∼0.25%로 내리고 3천억 달러 상당의 국채, 2천억 달러어치 공공기관채, 총 1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사들이며 시장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다.

이후 2010년 2차 양적완화에서는 매달 750억 달러씩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2012년 3차 양적완화에서는 매달 400억 달러의 MBS를 무제한 사들인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12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씩 서서히 축소했고 2014년 10월 완전히 종료했다.

이제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저금리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ECB는 내년 4월부터 자산매입규모 축소…테이퍼링 시동 걸기?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출구를 향해 몸을 튼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ECB는 이달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기존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매입 기간을 내년 3월에서 12월까지 9개월 연장했지만, 자산 매입규모 축소 결정이 테이퍼링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그간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불씨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5년 3월부터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올 3월을 기점으로 매입규모를 월 800억 유로로 늘렸다. 예치금리도 2014년 6월 최초로 마이너스로 내린 이래 현재 -0.40%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도 제로 수준이다.

하지만 ECB가 애초 제시한 양적완화 시한인 내년 3월을 앞두고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리라는 관측은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 10월 ECB 위원들이 자산매입 규모를 한 달에 100억 유로씩 줄이는 테이퍼링 방안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당시 보도에 대해 ECB는 완강히 부인했지만,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자산 매입규모를 200억 유로 줄이고 대신 매입 기간을 늘리는 복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테이퍼링' 또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완화책'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도 내후년에 ECB의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에 오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가 투자은행 50곳의 전망을 집계한 결과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1.3%, 2018년에는 1.5%였다.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충분히 회복하면 ECB가 양적 완화를 지속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中 외환보유액 급감에 금리인상 강수 내놓나…터키·멕시코 환율방어 안간힘

신흥국 통화정책에도 긴축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대와 달러 강세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그 여파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중국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6.9168위안까지 오르며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역외 위안화 환율과 역내 환율도 그간 환율 역사를 새로 쓰며 달러당 7위안 선을 위협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 방어에 나선 탓에 2년 전만 하더라도 4조 달러에 육박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 3조510억 달러를 기록, 5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만약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자본유출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자본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해외 M&A는 물론 외국 기업의 국외송금 절차도 까다롭게 바꾸고 금 수입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제 남은 카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훌쩍 넘어 전년 대비 3.3% 성장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내년 4분기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당장은 인민은행에 금리 인상 압력이 없겠지만 11월 물가상승률 압박이 위안화 절하 압력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통화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로 인상하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투자은행 10곳은 내년 4분기 멕시코의 기준금리가 6.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도 애를 먹고 있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지난 2일 달러당 3.5935리라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리라화 환율은 연초 대비 약 23% 올랐다. 환율 상승은 리라화의 가치 하락을 뜻한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서서 "침대 밑에 외화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갖고 나와 금이나 리라화를 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터키 증권거래소는 보유 현금을 리라화로 교환했고 국방부도 방위산업기금의 자산을 달러와 유로화에서 리라화로 바꿨다고 밝혔다.

터키항공도 터키에서 출발하는 모든 성지순례 승객의 운임을 리라화로 결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