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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8일 09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8일 09시 54분 KST

내일 박근혜 탄핵안 표결은 2004년 노무현 탄핵 때와 매우 다를 예정이다

SEOUL,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s parliamentary security guards surround Speaker Park Kwan-Yong (C) as he announces the National Assembly's vote results of 193 votes to two to impeach President Roh Moo-Hyun, in Seoul 12 March 2004.  Roh was suspended from office after opposition lawmakers passed an historic impeachment vote, leaving the country in political chaos.   AFP PHOTO  (Photo credit should read STR/AFP/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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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s parliamentary security guards surround Speaker Park Kwan-Yong (C) as he announces the National Assembly's vote results of 193 votes to two to impeach President Roh Moo-Hyun, in Seoul 12 March 2004. Roh was suspended from office after opposition lawmakers passed an historic impeachment vote, leaving the country in political chaos. AFP PHOTO (Photo credit should read STR/AFP/Getty Images)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되면서 'D-데이'인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두 번째가 된다. 첫 번째 사례는 물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다.

그 때와 지금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것만 빼면 거의 모든 상황이 다르다.

우선 탄핵안 표결 절차를 살펴보자.

2004년 당시, 노 대통령 탄핵안은 물리적 충돌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노 대통령 탄핵안은 2004년 3월 9일 오후 3시 49분 유용태·홍사덕 등 159인이 발의했고,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 27분 본회의에 보고됐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절대적 수적 열세에도 탄핵안 표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72시간을 버텨 탄핵안 자동폐기를 노린다는 전략 아래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간 것이다.

roh moohyun impeach

2004년 3월10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튿날인 3월 10일 탄핵안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본회의장을 내주지 않으면서 1차 방어엔 성공했다.

그러나 3월 12일 새벽 3시 50분께 기습적으로 본회의장을 점령한 야당에 열린우리당의 철통 수비는 무너졌다.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22분 개의했고 11시 25분 투표가 개시된 이후 30분 만인 11시 56분에 찬성 193표(당시 가결정족수는 181표)로 가결됐다.

roh moohyun impeach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전하는 당시 신문들. 2004년 3월12일.

그러나 이번 탄핵안 표결 현장에서 그런 '몸싸움'을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2004년 당시에는 탄핵 찬반 의원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시시때때로 벌어졌고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의 시행으로 국회에서는 그런 풍경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에 극심한 물리적 충돌 속에 본회의 보고부터 표결까지 약 57시간이 걸렸던 2004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8일 오후 2시 본회의 보고와 9일 오후 2시 표결 과정에서 별다른 몸싸움은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슬라이드쇼 하단에 기사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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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의석 분포도 한 번 비교해보자.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모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어느 당도 단독 처리를 할 수 없고 야당 간 연대가 필수적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긴 하다. 또 여권 주류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도 비슷하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47석에 불과했으며,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는 재적 의원(271명)의 3분의 2인 181표였다. 탄핵안 표결을 성사시킨 건 제1야당인 한나라당(145석)과 민주당(62석), 자유민주연합(10석) 등이 연대한 덕분이었다.

지금은 탄핵안 가결에 총 200석을 필요로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무소속(7석)을 합치면 172석이 사실상 확보된 상태다. 여기에 여당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의 집단이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roh moohyun impeach

2004년 3월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점거 농성 중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끌려 나오는 모습.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탄핵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실상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적 여론이 결정적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정치권은 이를 단순히 뒤따라가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2004년 당시에 탄핵을 주도한 야당들은 가결 후 극심한 민심의 역풍을 맞았고, 이는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전환된 17대 총선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탄핵을 반대한 세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4%(한국갤럽)까지 떨어졌고, 벌써 한 달 넘게 매주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

2004년에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매주 '탄핵 규탄' 대규모 촛불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다. 반면 지금은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촛불시위에 더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roh moohyun impeach

2004년 3월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집회 모습.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살펴보자. 바로 '탄핵 사유'.

2004년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탄핵안을 추진했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이 '선거중립 위반'이라는 것.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히며 야당의 사과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후 자유민주연합이 가세하면서 탄핵안은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당시 탄핵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roh moohyun impeach

탄핵소추위원을 맡은 김기춘 새누리당 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 2004년 3월30일.

지금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는 정말 많은 탄핵 사유가 포함되어 있다. 헌법의 각종 조항은 물론, 뇌물죄, 강요죄, 직권남용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을 박 대통령이 위배했다고 적시됐다.

이 때문에 그 때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고, 일부 헌법 조항을 어겼다면서도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탄핵을 기각한 것.

roh moohyun impeach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는 뉴스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의 유일한 판례라고 할 수 있는 당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의 분열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부여받은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 및 ‘직무수행의 계속성에 관한 공익’의 관점이 파면결정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하며,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상응하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중략)

(...)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결정이 정당화되며,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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