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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6일 13시 30분 KST

김기춘은 세월호 동조단식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 지도"라는 지침을 내렸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동조 단식을 하는 이들의 행동을 ‘자살방조죄’로 규정하고 ‘언론지도’를 통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6일 <한겨레>가 유족 동의를 얻어 입수한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을 보면, 2014년 8월23일치에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자와 함께 ‘자살방조죄. 단식 생명 위해 행위. 단식을 만류해야지 부추길 일 X.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 지도. 생각 포기’라는 메모가 나온다. 그날은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가수 김장훈씨 등이 동조 단식을 벌이던 중이었다. 당시 문 의원은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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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이 지시한 ‘언론 지도’가 실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흘 뒤 <조선일보>가 ‘문재인 의원의 단식 농성에 대해 좋게 보나? 좋지 않게 보나?’라는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보도했고, 일부 언론사는 문 의원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또 김영오씨의 이혼과 노조활동 전력을 거론하며 단식 의도를 의심하는 보도들도 이어졌다. 일베 등이 단식농성장 옆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인 것도 이 메모 이후였다.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요구를 ‘색깔론’으로 왜곡하면서 정부·여당과 긴밀히 대응한 정황도 여럿 보인다. 그 해 7월13일치에는 ‘장(長)’자와 함께 ‘세월호특별법?국난 초래-법무부·당과 협조 강화.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 강(强)’이라고 적혀있다. 또 10월2일치에는 ‘유가족 분리 용어 사용(단원고 유가족 대 일반인 유가족)’이라고 기록돼 있고, 이에 앞서 8월22일치에는 ‘세월호 유가족(학생 유가족)외 기타 유가족 요구는 온건 합리적. 이들 입장 반영되도록 하여 중화’라는 메모도 적혀 있다. 세월호 유가족 내부의 의견 차이를 이용해 내부 분열과 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월호 유가족을 지지하는 민간 활동에 대한 사찰 정황도 드러났다. 10월23일 메모에는 ‘시네마 달 내사-다이빙벨 관련. 10월22일 다이빙벨 상영. 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 실체 폭로’라고 기록돼 있다. ‘시네마 달’은 세월호 구조 난맥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배급사다. 9월20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폭행사건 철저 지휘’라고 적혀 있다. 김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휩싸인 대리 운전기사 폭행 사건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