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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5일 12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6일 06시 24분 KST

[팩트체크] 아무래도 이정현 대표가 손에 장을 지져야만 할 것 같다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선언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장을 지져야할 지도 모르겠다. 야당이 탄핵 등을 통해 대통령 그만두게 하면 장을 지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장을 지질 위기에 처해지자 이 대표는 "저는 탄핵을 강행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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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중앙일보 12월5일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즉각 사퇴하고 1월에 대선을 치르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들어놓고 다르게 보도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정현 대표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이 대표는 '1월 대선'과 같이 이런 내용들을 언급한 적이 없다. 이정현 대표의 이야기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당시 워딩을 살펴보자. 11월30일, 새누리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모습은 이랬다.

기자 : 야 3당 대표가 '임기 단축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정리했는데.

이정현 대표 : 그렇게 정해주라고 해요. 국회에다 넘겼잖아요. 그걸 누가 또 허락을 해요? 심사를 합니까? 허가를 하고 심사를 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야 3당이 여당하고 협상을 해서 오늘 그만두게 하든지 내일 그만두게 하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세요.)

저하고 손에 장 지지기 내기를 한번 할까요?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지지기로 하고 그 사람들이 그걸 (협상 불가 선언을) 실천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 넣을게요.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 '탄핵하자'.

지금까지 야당이 여러분들 앞에 다른 사람 말고 국민과 기자들 앞에 얼마나 실현시키지 못할 거짓말들을 많이 했어요. 거국내각? 자기들이 하자고 했잖아요. (대통령이) 국회까지 와서 추천해달라고 했잖아요. (야당은) 안 한다 했잖아요. 만약에 당장 지금 그걸(협상 불가 선언을) 이끌어 내서 그걸 관철시킨다면 제가 장을 지질게요. 뜨거운 장에다가 손가락을 넣어서 장을 지질게요.

이야기가 중구난방이지만, 이 대표의 말을 해석하자면 이런 거다. 당시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11월29일 오후 3차 담화를 통해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선언을 하고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대통령이 던진 폭탄에 비박들도 탄핵에 동참에서 '4월 퇴진'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시점이었다.

야당도 잠깐 흔들렸지만,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야당 3당은 즉각 퇴진이 아니면 탄핵을 추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이 대표는 과연 야당 너네들이 탄핵을 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비꼬며 비판한 것이다. 결국 야당은 대통령 담화에서 밝힌대로 '임기단축을 통한 개헌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고 탄핵을 물 건너 갔는데 지키지도 못할 탄핵 같은 걸 함부로 꺼내든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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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가 장을 지지기 위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예상과는 달리 야3당은 탄핵안을 3일 새벽에 발의했고, 9일에 탄핵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3일 촛불 집회에서는 232만명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은 조건 없는 탄핵에까지 합의했다. 상황이 며칠 사이에 급격히 변한 것이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 대표는 장을 지져야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도래하자 "즉각 사퇴하고 1월에 대선을 치르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그렇다면, 손에 장을 지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국립국어원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속된 말에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와 <내 손가락에 장을 지져라>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장>은 “간장”의 준말 <장(醬)>입니다. 고기나 채소를 반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 위에 번철을 올려 달군 뒤, 간장[醬]을 붓고 졸이거나 지지게 됩니다. 그러면 뜨거운 열기에 의해 그것이 익으면서 짠맛이 배어들게 됩니다.

이처럼 손이나 손가락에도 장을 지지게 되면 화상을 입음과 동시에 익으면서 졸아들어 엄청나게 쓰리고 아픈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손/손가락에 장을 지지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모진 일을 담보로 하여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장담할 때 하는 말입니다. 이는 부엌에서 장을 지지면서 손을 데어본 경험을 가진 부인들의 입에서 만들어진 주방용어였습니다. 그것이 일상용어로 확산되면서 <쓰라린 고통을 비유한 말>로 전이된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의미의 장을 지진다는 뜻도 있다. 손바닥을 솥을 삼아 손 위에서 직접 간장을 졸이는 거다. 조항범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손바닥 밑에 불을 지펴 손바닥 안에 있는 간장을 끓인다니, 그 손바닥이 온전할 리가 없다. ‘솥’이나 ‘냄비’는 그 거센 불길을 견뎌 내겠지만 사람의 손은 어림도 없다. 더군다나 간장이 끓을 때까지 그 손바닥이 온전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손바닥으로는 간장을 끓여 낼 수 없는 것이다.

손바닥을 ‘솥’ 삼아 간장을 끓인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는 바로 그 큰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의지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믿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다. 그리하여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가 자기 확신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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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말의 중요성을 언급해 온 이 대표는 씩씩하게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