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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5일 14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5일 14시 41분 KST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당신의 삶에 독서가 꼭 필요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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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의 글쓰기, 삶의 방식, 기억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산문집이 되었다. 굉장히 솔직하고 담백하며 재미난 글이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담겨있다. 특히 글을 잘 쓰고 말도 잘 하는 소설가가 생각하는 책 그리고 책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보았다. 자신의 생각과 비교를 해 보며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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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재는 자아가 확장해 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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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오래된 목소리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속하는, 일상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타자를 대면하는 공간입니다. 사실 우리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그런 목소리들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정말 피곤할 거예요.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인간들도 있고, 독특한 캐릭터도 있고, 그리고 위험한 음성들도 많거든요. 책은 하나하나가 다 타자죠.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가장 편안하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이 낯선 목소리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럼으로써 서재는 자아가 확장해가는 공간인데,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자기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는 자기는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욕망들을 실현하는, 그런 공간이라도 생각해요. 책 속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통해서 자아가 확장되는 거죠. 작은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거대해질 수 있는 확장성이 있습니다.” (책 ‘말하다’, 김영하 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이 책이라는 표현, 참 재미나면서 유용하다. 장르 불문하고 책 속에 있는 내용을 현실에서 접하게 된다면 피곤해질 확률은 높다. 대부분 책의 저자 혹은 책 속의 캐릭터들은 개성도 강하고, 목소리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서재다. 그곳에서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자아의 확장은 이때 일어나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문이 서재에 활짝 열린 셈이다.

2. 이 시대에 독서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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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과 그것을 읽는 경험은 독자 개인에게만 고유한 어떤 경험으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독서를 왜 할까요? 그것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거의 모든 것이 공개돼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하루하루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유되고 공개됩니다. 웹과 인터넷, 거리의 CCTV, 우리가 소비한 흔적 하나하나가 다 축적되어 빅데이터로 남습니다. 직장은 우리의 영혼까지 요구합니다. 모든 것이 ‘털리는’ 시대. 그러나 책으로 얻은 것들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독서는 다른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계, 내면을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책 ‘말하다’, 김영하 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것을 공유하는 시대다.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려고 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받아온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다. 자신의 내적인 힘이 길러질 겨를이 없다. 본 것은 바로 발산해야 하고, 느낀 것 역시 바로 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모든 것이 끊임 없이 저장된다. 이런 시대라서 더욱 독서는 필요하다. 개인 한 명 한 명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 구축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3. 한국문학은 10~15년 후에 신선한 목소리를 쏟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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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90년대는 참 멋진 시대였어요. 1996년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냈는데, 그해 첫 작품을 선보인 영화감독이 김기덕과 홍상수예요. …. 둘 다 충격적이고 신선했습니다. …. 아마 이번에 오지 않는다면, 또 10~15년 후에나 올 거예요. 아마 그때의 주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일 겁니다. …. 세계 문학사를 봐도 이민자 출신, 식민지 출신의 중요한 작가들이 참 많았거든요.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작가들이 그런 역할을 했고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두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 덕분에 언어적 감수성이 민감할 것이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가느라 굉장히 예민하게, 날카로운 자의식으로, 아웃사이더의 시점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볼 거예요. 그에 반해서 토종 한국인 중산층 가정의 학생들은 지나치게 평준화되어 있어요. 아파트 단지에 사는 4인 가족 혹은 3인 가족 속에서 학원에 다니며, 아주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살거든요.” (책 ‘말하다’, 김영하 저)

다문화 가정에 대해 걱정도 있고 격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렇게 참신하게 접근하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 기업가 중에는 이민자 가정 출신이 많은 편이다. 문학 못지 않게 파괴적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경영에서도 결국 이민자 가정이라는 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다문화 가정 출신들에게 날카롭게 사물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결 방법을 내놓는 역할을 문학, 경영 등의 분야에서 기대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