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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4일 12시 26분 KST

트럼프의 돌발 외교, 아시아 불확실성 증폭됐다

U.S. President-elect Donald Trump speaks at a rally as part of their "USA Thank You Tour 2016" in Cincinnati, Ohio, December 1, 2016 . REUTERS/William Philpott
William Philpott / Reuters
U.S. President-elect Donald Trump speaks at a rally as part of their "USA Thank You Tour 2016" in Cincinnati, Ohio, December 1, 2016 . REUTERS/William Philpott

후보시절부터 워싱턴 정가의 관행을 깨는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수십 년간 정통으로 여겨지던 미국의 외교 전략과 대치되는 돌출 행동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당선 이후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한 외국 지도자와의 회동·전화통화에서 이미 보란듯이 관례를 깬 트럼프는 10분에 걸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로 이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에 37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정상 간 통화를 한 것이다. 이에 미·중 관계는 물론, 아시아 정세가 한 치 앞도 모를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donald trump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공식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측 정책을 받아들이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로 미국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경우도 없었다.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대등하게 하게 되면 대만을 중국의 일부가 아닌 국가로 간주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는 40년 가까이 이어온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흔들고도 남을 행동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트럼프는 외국 정상과의 '자유분방한' 통화로 세계를 당황시켰다.

지난달 30일 철권통치로 비난을 받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는가 하면 미국과는 테러·핵 문제로 껄끄러운 파키스탄 총리에게는 1일 "파키스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밝히며 구설에 올랐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2일 통화에서는 5천 명의 사망자를 낸 '마약과의 전쟁'을 칭찬, 필리핀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던 서방을 무색하게 했다.

이에 앞서 대선 유세기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갈라선 서방과 러시아의 신냉전적 대립구도를 깨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에 가까운 친밀감을 과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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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차이잉원 총통

중국은 이번 차이 총통과의 통화와 관련해 대만 정부만 비난하면서 대만의 '사소한 장난'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애써 숨겼고 백악관은 곧장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깨질 위험이 크다고 외신들은 경고했다.

중국과 미국의 공조가 깨지게 되면 당장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북핵 제재부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북핵 제재는 사실상 중국의 참여가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

아시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트럼프의 튀는 행보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도 방위비 분담을 이유로 일본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시아의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발언을 수없이 내놓아 동맹국들을 긴장시켰다.

취임 후 미국이 통상문제나 필리핀, 베트남 등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집권 이후 신냉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정상이 전화통화를 나누는 모습은 과거 냉전 시절 소비에트연방(소련)은 중국을 지지하고 미국은 대만을 지지하던 상황에서나 보던 일이기 때문이다.

장바오후이(張泊匯) 홍콩 링난(嶺南)대 정치학 교수는 CNN 방송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과 중국의 불신이 깊어지면 양국의 관계가 신냉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