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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8일 10시 19분 KST

지금은 사라진, 역사 속에 존재했던 흥미로운 종교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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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10명 중 8명 이상이 종교를 믿는다. 2013년 기준 69억 인구 중 무려 58억 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 3분의 2는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를 믿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훨씬 다양한 종교가 있었다. 각 종교들은 조금은 아기자기한 모습을 띄기도 했고, 혹은 섬뜩한 모습을 가지고 서로 간에 '시장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 중 지금 시선으로 흥미로운 교리를 가졌던 종교들의 사례를 찾아 모아보았다. 이것은 세상에서 은퇴한 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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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생'을 믿었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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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 신도들은 인간이 죽은 뒤에도 그 영혼은 남아서 다른 인간이나 동물로 계속 태어난다는 환생론을 신봉했다.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썩어서 사라지지만, 영혼은 저승과 달과 태양을 떠돌다가 다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삶을 얻는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며, 잠시 존재하다가 썩어 없어질 육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 역시 그들이 육체적 욕망을 최대한 억제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책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저)

'환생'과 '윤회' 같은 개념은 흔히 동양 사람들의 고유한 세계관으로 여겨진다. 똑 같은 발상이 서양에도 있었다. 아내를 구하러 저승에 가 하프로 하데스의 심금을 울린 오르페우스를 신으로 모셨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죽음 후 영혼이 새로운 육체를 얻어 환생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더 좋은 몸을 얻어 환생하려면 현생에서 착한 일을 하고 종교활동을 열심히 해 죄를 정화시켜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불교, 힌두교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한 면이 보인다. 사실 오르페우스 신도뿐 아니라 피타고라스도 인간이 동물로 환생한다고 믿어 평생 채식을 했다고 전해진다. 켈트 족의 민족 종교 드루이드교도 환생을 가르쳤다.

2. '거세'를 권장했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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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년, 러시아 서부 오룔의 농부 안드레이 이바노프(Andrei Ivanov)는 성경에 담긴 교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스코프츠이(Skoptsy)라는 비밀 종파를 창시했다. 스코프츠이는 '거세하다'라는 뜻의 러시아어 '스코페츠(skopets)'에서 유래했는데, 말 그대로 신도들에게 성기를 자르라고 권유하는 종교 단체였다."(책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저)

칼날이건 총알이건, 무언가가 '영 좋지 않은 곳'을 스치는 상황은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공포다. 그런데 이를 자진해서 할만한 훌륭한 결단으로 칭송했던 종교가 있었다. 러시아에 있던 스코프츠이 교도들은 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가 둘로 갈라져 각자의 몸에 붙었는데, 그것이 남자에게는 고환으로, 여자에게는 젖가슴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따라서 인간이 원죄를 짓기 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선 이런 고환과 젖가슴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고 가르쳤던 것이다! 세상에 누가 이런 가르침을 믿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스코프츠이는 꽤 강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였다. 한 때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도 스코프츠이에 깊이 빠졌었고, 1866년까지도 공식적으로 5444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 중 남자 신도 703명, 여자 신도 100명이 각자 '자진해서' 거세 의식을 치렀었다고 하니, 잘못된 '믿음'이 인간에게 시키지 못할 행동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3. 히피들이 좋아했을 법한 핀란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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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기본적으로 우랄-알타이 계통에 속하는 아시아계 민족이다. 비록 지금은 이웃한 백인들과 외모 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친 혼혈의 결과다. 핀란드 신화는 아리안 계통에 속하는 북유럽, 그리스, 인도 신화와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뒤에 가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바로 '폭력에 대한 혐오'다." (책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저)

히피들이 내걸었던 구호 '러브 앤 피스'는 대부분의 종교가 내세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고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툭하면 강간과 존속살해, 복수가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사악한 거인을 죽인 시체로 세계를 만들었다고 가르치는 (핀란드 외) 북유럽 신화 등이 그 예다. 그런 가운데 핀란드의 신화는 독특하다. 임신한 처녀의 무릎 위에 올려진 알이 깨져 세상이 만들어졌으며, 처녀가 낳은 자식이 그 세상 속 최초의 음유시인이 되었다는 창조 설화가 여성성, 평화, 음악에 대한 숭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의 독특한 신화는 작가 톨킨에게 영향을 주어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음악으로 평화와 사랑을 불러일으키길 바랐던 사람들은 아주 먼 옛날 핀란드에도 있었다.

4. 좋은 신은 전부 여신이었던 만주족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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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의 신화는 지극히 여성 중심적이다. 신과 인간 모두가 원래는 여자였다고 말한다. 히브리와 그리스 신화에 가부장적인 남성 우월주의가 담겨 있는 것과는 달리, 만주족 신화는 세상의 근원 자체를 여성에게서 찾고 있다. 이는 만주족이 오랫동안 수렵과 채집 등 원시적인 생활을 해온 탓에 가부장 제도의 압박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책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저)

그리스 신화에서 모든 신을 다스리는 주신(主神) 제우스는 남신이다. 한편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인간을 타락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이브는 여자로 그려진다. 그런데 청나라를 만들어 중국 대륙을 다스렸던 만주족의 신화에서 이 모든 것은 거꾸로였다. 세상을 만들고 다른 여신들을 만든 주신(主神)은 아부카허허라는 여신이었으며, 그들과 함께 최초의 인간으로 여자를 만들었다. 남자와 남신은 훗날에야 아부카허허가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내 만들었는데, 그들의 신화에서 남신은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며, 여신들 중 타락한 사람만이 남신으로 변한다. 이런 내용을 가진 종교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남았을까 싶지만, 흥미롭게도 만주족들은 청나라를 세운 후에도 황실 차원에서 이들 신들에게 정기적으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한족 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민족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방편 중의 하나로 종교가 활용되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신들은 '남자' 황제들이 바치는 제사를 어떤 심정으로 받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