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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07일 09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07일 11시 35분 KST

우병우가 민정수석이 된 직후에 사석에서 나눈 이 대화를 읽어보면 그의 검찰 조사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연합뉴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청와대 민정수석직을 지켜오다가 '최순실 게이트'의 대폭발로 결국 직을 내려놓고 황령·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6일 검찰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수석.

가족회사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박 대통령 못지 않은 레이저를 발사하는 모습이나 팔짱을 낀 채 웃음을 띤 얼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모두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체 우병우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국의 핵심 이슈메이커였던 우 전 수석이지만 정작 그는 언론에 입을 연 적이 거의 없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 된 지 3개월 후인 작년 4월 일부 기자들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한 '신동아' 9월호 기사를 다시 읽어보자.

그는 기본적으로 언론을 무척 싫어했다:

"기본적으로 저는 언론에 노출되면 싫죠. 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게 싫어요. 언론에 너무 시달렸어요... (저에 대해) 좋은 기사를 거의 안 쓴다. 한겨레, 경향 이런 데는 나쁘게 쓴다. 아~. 이런저런 기삿거리 줘도 만날 나쁘게만 쓸 텐데…. 그래서 아예 노출되고 싶지 않다...” (신동아 9월호)

우 전 수석은 2010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역임했다. 검찰에서 언론대응도 담당하는 보직이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우 전 수석의 언론 혐오는 매우 뿌리가 깊은 듯하다:

“기자가 너무 많아요. 7진, 8진까지 있으니. 기자 제일 많은 데가 여의도(국회), 두 번째가 서초동(검찰·법원) 아닙니까. 이들은 뭐라도 써요. 정작 조사하는 사람이 읽어보면 맞는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것에 대해 신문이 쓰면 ‘오보’라고 하는데, 남의 것에 대해 써놓으면 ‘맞다’고 하잖아요.” (신동아 9월호)

특수검사의 자신감 또한 대단한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넣은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일반인들과는 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저는 세상에 도(道)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잘되는 사건은 자료나 수사나 다 딱딱 맞아요. 안되는 사건은 안됩니다. 팔자죠. 감방 갈 사람은 가는 겁니다. 저는 뭐, 마지막에 밀어 넣어주는 거지. 도망가는 놈, 자살하는 놈…이렇게 되면 수사 하다가 안 되는 거죠. 팔자죠.” (신동아 9월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을 꽉 쥐고 있고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은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에)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없으면 그게…. 허, 참. 제가 후배들하고 밥도 안 먹고 그러진 않으니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도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의자에 앉은 채 검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여유'는 바로 여기에서 연원하는 듯하다. [관련기사] 우병우 전 수석이 15시간 동안 '황제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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