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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1일 14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1일 14시 50분 KST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 : 사내유보금에 대한 대표적인 3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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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재벌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가 2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1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550조원 규모에 달했고, 1년 사이에 9% 넘게 증가했다는 자체 분석 결과도 발표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이 2.6%이고 가계부채가 1년 새 11% 이상 늘어났다. 성장이 둔화하고 서민 주머니가 쪼그라드는데, 재벌은 이익금을 곳간에 쌓아두기만 했다!"

"재벌의 유보금에는 산업재해, 불법파견, 저임금, 상시적 해고압박 등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피눈물이 서려있다!"

"유보금을 사회로 환수해 노동자·서민 생존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런 주장에는 '과다한' 사내유보금을 비판하는 논리가 압축되어 있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이런 식의 비판과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 야당 국회의원들도,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이런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여당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비판 중 상당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 역시도 사실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던 문제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3가지를 모아봤다.


1.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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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은 ‘사내유보금=(기업 금고에 쌓인) 현금’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의 이 글을 읽어보자.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마치 특정 기업이 사내의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들리지만 이는 오해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거둔 순이익 중 세금과 배당금을 내고 남은 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창고에 현금으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설비나 공장 등 실물자산은 물론 각종 금융상품의 형태로도 잠겨 있다. (시사인 제414호, 2015년 8월21일)

재계는 사내유보금 중 ‘현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은 20%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금액은 이미 토지나 건물, 생산설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계에서도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라는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못한다.

다음은 시사인에 보도된 2009년 기사 중 일부다.

노동계 쪽도 “사내 유보금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당장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다. ‘남아도는 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점을 부정하지 못한다.

(중략)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러한 재계의 ‘현실론’에 대해 “나름 일리가 있다”라고 일단 수긍한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 ‘너무 지나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시사인 제83호 2009년 4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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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사내유보금’이라는 항목은 재무제표에 등장하지 않는 개념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사내유보금'이라는 계정은 재무제표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금 항목의 자본잉여금(주식발행 초과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쳐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이라고 부른다.

이 유보금은 당기순이익에서 주주배당을 차감한 금액을 기업이 창립한 이래 매해 합산한 누적금을 말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누적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사내유보금'이 현금으로 쌓아놓은 돈이냐는 문제다. 이 누적금은 이미 투자를 한 것을 포함해 단순히 회계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2013년 11월21일)


2. 투자를 안 해서 유보금이 쌓이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 유보금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논리다. 앞뒤를 바꿔 ‘유보금이 계속 높아지는 걸 보면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식의 논리도 자주 등장한다.

이런 논리의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아래 기사에 등장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를 소개한 경향신문 기사다.

최근 5년간 삼성·현대차 등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170조원 넘게 늘어나는 동안 이들이 시설투자나 연구개발 등에 지출한 투자액은 2조원 남짓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사내에 쌓아두면서 투자를 거의 늘리지 않은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등 30대 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배당금은 1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경향신문 2015년 9월23일)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를 늘려도 유보율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이 하이닉스에 3조원을 투자했지만 유보금이 늘어난 것은, 사내 유보금과 투자는 반대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분 투자가 아닌 설비 투자가 늘더라도 유보금은 증가할 수 있다.

사내 유보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이나 지분 투자로 얻은 잉여금을 합친 금액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이다. 잉여금과 자본금은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에서 오른쪽(대변)에 들어간다. 반면 투자와 관련된 현금과 자산은 왼쪽(차변)에 기재된다.

기업이 남는 돈으로 투자를 하는지 보려면, 유보율을 봐서는 알기 힘들다는 의미다. 오히려 투자를 하더라도 사내 유보율은 증가할 수 있다. 순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투자에 사용할 경우가 그렇다. (조선비즈 2014년 7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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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사내유보금과 투자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었다.

B회사는 현금 100억원 실물자산이 200억원이고 이 금액은 부채 50억원, 납입자본금 100억원, 사내유보금 150억원으로 조달됐다고 하자. B사가 전기에 순이익 50억원을 거둬 이 순이익을 그대로 현금으로 보유하면 현금이 150억원이 되고 실물자산은 200억원으로 그대로다. 사내유보금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가 그 대신 순이익 50억원으로 설비를 확충했다고 하자. 현금은 100억원으로 그대로인데 실물자산은 250억원으로 는다. 그러나 자본조달 측면에서 부채와 납입자본금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사내유보금은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B사의 두 경우는 순이익을 현금으로 보유하든 설비에 투자하든 사내유보금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로 미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시아경제 2015년 8월11일)


3. ‘사내유보금 환수’보다 더 좋은 방법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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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걸 꼭 바람직하게 볼 수만은 없다. 다른 통계자료를 보면,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노동자나 가계에 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른바 ‘사내유보금 환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혼자서만 챙기지 말고 노동자·가계·사회와 함께 나누자’는 취지라면, 더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들이 많다는 것.

2014년 여름에 벌어졌던 논쟁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현 국회의원)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크게 한 발 물러섰다.)

정부의 이런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던 건 재계 뿐만이 아니었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렇게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풀도록 압박할 경우 기업 보유 자금이 가계로 이전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계소비성향이 큰 소득계층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에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 가계소득 증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최저임금의 인상이나 조세감면 등을 통해 저소득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쪽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4년 7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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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압력에 따라 기업이 사내유보율을 낮추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기업들은 결국 배당을 늘리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배당을 늘리는 건 일반 노동자나 서민들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한 (이미 부유한) 주주들, 대기업 지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 그리고 오너 일가들만 좋을 뿐이다.

최 부총리는 지명 이후 줄곧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기업의 소득을 가계로 이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 상장사 지분은 대부분 외국인, 기관투자자, 대주주가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43%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과거보다 두 배로 하면, 자금은 해외로 유출되지 가계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 기업의 오너 일가로 향하는 돈도 2배 증가한다. 개인투자자들은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져 배당하기 힘든 중소형주를 주로 갖고 있다. (조선비즈 2014년 7월24일)

조선비즈는 “배당은 유보금을 조절하는 여러가지 수단 중에서도 유일하게 돈이 많은 사람이 많이 배분받는, ‘부익부 빈익빈’ 스타일의 방식”이라며 차라리 법인세를 인상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은 복지 확대를 주장할 때 늘 거론되는 대표적인 과제 중 하나다.


재벌사내유보금환수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재벌 사내유보금을 그대로 두고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경제, 민생, 공공 등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선언문이 올라와있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 그렇게해서 모아진 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어디에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재벌독점이윤을 사회화”하고 “시급한 4대 민생·공공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왜 꼭 ‘사내유보금 환수’여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빠져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2013년 쓴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한 적이 있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소위 ‘과잉저축(savings glut)’ 문제는 온 세계의 고민이다. 지금도 5대 현금보유 글로벌기업(캐시 킹스·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파이저 시스코)이 보유한 ‘현금’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400조 원에 달한다. 과잉저축이 저금리를 부르고, 저금리가 자산버블 등으로 시장을 어지럽혔던 악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온 세계가 고민을 해도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중략)

이에 비해 정치권의 담론은 그동안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좌파 정부의 반기업 정서 때문에 투자가 안 되고’ ‘4대강이나 챙기는 삽질 정권이라 그렇고’ ‘탐욕스러운 재벌 때문에 안 되고’ 하는 수준이었다. 답도 천박했다. ‘정권만 바꾸면 되고’ ‘대통령이 재벌들을 불러 밥 한 그릇 먹으면 되고’ ‘규제나 세금으로 때려잡으면 되고’ 하는 식이었다. (동아일보 칼럼 2013년 11월15일)

사내유보금만 환수하면 정말 "노동자 서민의 절박한 생존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