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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1일 12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1일 12시 15분 KST

옥시 20년 차 직원이 지목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과도한 원가절감 노력과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

독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해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직원 ㄱ씨와 지난 20일 2시간 가량 인터뷰 했다. 그는 회사가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 대해 매우 답답해 하면서, “피해를 본 분들에게 확실하게 사과하고, 사태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옥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한 3월부터 일체 언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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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독성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게 되었나?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의 300여개 생산물품 중 하나였다.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는 우리공장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고, 한빛화학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품목이었다. 매출액도 10억~20억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1%가 안되는 품목이었다. 안전성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썼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가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인가?

“아마도 연구소 직원들은 알았을 것이다. 검찰에서도 그런 식으로 진술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심각하게는 생각을 안했을 것이다. 가습기에서 분무된 것이 날아가 폐까지 들어가리라고는 생각 안한 것 같다.”

가습기 살균제 5년 만의 사과

-2001년에 왜 가습기 살균제에 PHMG 성분이 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나?

“원래 2001년 이전부터 옥시는 가습기살균제를 팔았다. 그때는 독성 물질이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는 늘 원가절감을 하려고 한다. 관리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생산원가를 낮출 계획을 짠다. 2001년 포뮬러(원료)를 바꿨다고 하더라. 에스케이케미칼에서 싸게 공급을 받은 거 같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다. 더 싸게 만들수 있다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했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안 한 것이다. 원가절감을 과도하게 추진하면서 안전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연구소가 안전성을 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름이 연구소이긴 한데 생각하는 수준의 그런 거창한 연구소가 아니다. 직원도 정규직 연구원이 너댓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안다.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소 직원들은 PHMG가 유해 성분이라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 같다.”

-당시 유해성 확인을 위해 동물 실험 등을 계획했다가, 안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거기까지 내가 알지 못한다. 다만 2001년 당시 동양 계열이던 옥시를 영국계 레킷벤키저가 인수하면서 회사가 정신이 없었다. 계열사를 정리하고 공장도 정리했다.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는 매출도 낮고 중요 품목도 아니었다. 안전성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레킷벤키저는 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나?

“옥시는 100% 외국투자 기업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5년 전에 터지면서,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에서 ‘모든 절차를 법률에 따라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다보니 법무팀이 실세가 됐다. 모든 결제를 법무팀을 거치게 했다. 매우 경직된 상태에서 법무팀과 외부 로펌의 주도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임직원들에게는 ‘모든 미디어와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래서 홍보팀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당신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텐데?

“직원들도 그게 불만이다. 우리가 잘못 했다. 수많은 분들이 피해를 봤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검찰 수사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을 해야 한다. 언론 보도 내용들이 사실인지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다. 회사에 건의하지만, 본사 입장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5년 만의 사과

-외국기업의 한계인가?

“무엇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크게 하지 않는다. 레킷벤키저 들어오고 나서 우리가 개발한 신제품은 없다. 다 외국에서 팔던 것을 한국에 들여와 파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원들도 오래 붙어 있지 않는다. 특히 임원들은 다 외국 사람이다. 2~3년에 한번씩 바뀐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와 관련해 15년 전 일이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수준이다. 과거 사정을 잘 모른다. 검찰 수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우리도 그걸 보고 아는 수준이다.”

-불매운동 분위기까지 나온다?

“걱정이다. 외국투자 기업이라 경영진은 정 안되면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남은 수백명 직원들은 매우 큰 문제다. 지금도 공장 생산량이 30% 정도 줄었다. 우리가 분명히 잘못했고,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