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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1일 07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1일 07시 11분 KST

노르웨이 법원, 77명 학살한 극우 연쇄테러범 '인권'의 손을 들어주다

Norsk Telegrambyra AS / Reuters
Mass killer Anders Behring Breivik raises his arm in a Nazi salute as he enters the court room in Skien prison, Norway March 15, 2016. REUTERS/Lise Aserud/NTB Scanpix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PICTURE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 NORWAY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NORWAY. NO COMMERCIAL SALES. TPX IMAGES OF THE DAY

비디오 게임기와 운동 기구 등이 갖춰진 세 칸짜리 감방에서 생활하는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이 '교도소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오슬로 지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77명을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수감 중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브레이비크의 수감 환경이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를 금지하는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에 어긋난다"며 "사법 당국이 그의 상태를 판단하면서 정신건강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인간적이고 모멸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기본 가치"라며 "이런 가치는 테러범이나 살인자에게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르웨이 정부가 브레이비크에게 소송비용 33만1천 크로네(약 4천610만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브레이비크가 다른 극단주의자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behring breivik

신나치주의자를 자처하는 브레이비크는 2011년 7월 오슬로 정부청사 앞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고 좌파 노동당이 개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모두 77명을 살해한 죄로 노르웨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2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모범수인 자신을 정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885차례 알몸수색을 하고 수갑을 채웠으며, 독방에 가두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지난해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브레이비크는 지난달 수감 중인 시엔 교도소에서 열린 심리에서 정부가 자신을 고립감에 빠트려 죽이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물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두통과 불면증을 겪고 있다면서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질과 플라스틱 식기, 다른 수감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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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시엔 교도소의 모습. 브레이비크는 이 교도소의 '엄중 경비구역'에서 복역 중이다. ⓒReuters

브레이비크는 시엔 교도소의 엄중 경비 구역에 수용돼 있다. 하지만 그의 세 칸짜리 감방에는 비디오 게임 콘솔과 텔레비전, DVD 플레이어, 전자 타자기, 신문, 운동 기구 등이 갖춰져 있으며 날마다 대형 운동장에 나가는 것도 허용된다.

가족과 친구도 방문할 수 있지만, 그의 어머니가 사망한 뒤에는 방문객이 없었다. 최근에는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허용됐다.

정부는 브레이비크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도 그가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있고, 안전을 위해 다른 수감자들과 격리돼야 한다며 그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정부 측 변호인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놀랐다.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판결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기 난사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생존자는 "놀랍고 화가 나고 속상하다"며 "명치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현지 방송인 NRK에 말했다.

다른 생존자인 비외른 일러르는 "노르웨이 제도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테러 생존자와 유족 중에서는 매우 일부만 이날 재판을 지켜봤으며, 대다수는 브레이비크에게 어떤 관심도 두고 싶지 않다며 재판을 외면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노르웨이인권연구소의 셰틸 라르센 교수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노르웨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브레이비크가 인권을 침해받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재판을 통해 그 사실은 더욱 확실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