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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6일 07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16일 07시 12분 KST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진범, 17년 만에 법정에서 자백하다

1999년 전북 완주군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진범이라고 고백한 이모(48·경남)씨가 법정에서 자신과 지인들이 한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이 사건은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자던 유모(당시 76) 할머니의 입을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원어치를 털어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임모(37)씨와 최모(37)·강모(36) 등 동네 선후배 3명을 붙잡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징역 3년에서 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최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0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2002년 2월 기각됐다.

반전은 확정판결 1개월 후 벌어졌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부산지검에 들어왔다. 부산지검은 이씨 등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모두 검거했고 자백까지 받아냈다.

이 사건은 전주지검으로 이첩됐으나 이씨 등 '부산 3인조'가 자백을 번복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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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일지. ⓒ한겨레

당시 검찰은 진범 지목자들이 1차 조사에서 한 자백을 모두 번복한 데다 실제 범행 현장이 1층인데 2층으로 진술했고, 진술한 범행 도구와 실제 범행 도구가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무혐의로 결정했다.

언론을 통해 '진범'이라고 고백한 이씨는 15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청구사건의 두 번째 심문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와 지인 2명 등 3명이 진범"이라며 "당시 익산까지 왔다가 지인들과 함께 익산에서 가까운 삼례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범행 당시 눈이 내렸던 상황과 범행 도구, 사건현장 내부 구조, 범행 시 청테이프 사용, 유 할머니의 입에 물을 부은 상황, 피해자 상대로 인공호흡을 했던 사실 등을 정확히 설명했다.

그는 "전주지검에서 수사를 받을 때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수사관은 '네가 범행은 했어도 범행 장소가 다른 곳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라며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죗값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당시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이런 마음의 짐은 없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뒤늦은 고백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건 이후 항상 교도소에서 출소하지 못하는 악몽을 꿨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부산 3인조'라고 지목된 배모 씨는 지난해 4월 숨졌고 조모 씨는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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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서 절하는 진범 이씨. ⓒ한겨레

이씨는 재판에 앞서 지난 1월 피해자의 충남 부여군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 사건은 발생 17년이 지나 공소시효(10년)는 지났고 사건 기록도 모두 폐기됐다.

최씨 등은 지난해 3월 유족이 보관 중인 현장검증 동영상과 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의 사건기록을 근거로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를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고도 무시했고 검찰은 자백이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라며 "진범이 법정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하는데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다음 심문에 당시 수사 경찰들과 검찰 수사관, 장물 처분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심문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전주지법 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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