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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6일 06시 21분 KST

[세월호 참사 2주기] 10명 중 7명, '국가가 내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적다' (여론조사)

연합뉴스

“이런 나라에서 살아남는 방법도, 살아갈 방법도 모른 채,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 모르는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의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가족의 절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린 두차례의 청문회에서는 사고 경위에 대한 공방만 이어졌다. 누구 하나 책임과 반성을 얘기하지 않았다. 겉도는 진상규명 과정을 지켜보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스스로 되묻고 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정치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약해진 지는 오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 국가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3%)이 ‘어느 상황에도 국가가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가 적다’고 답했다. 특히 ‘적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33.1%가 ‘매우 적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크다’(22.7%)고 한 응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30~40대가 보여주는 불신의 정도는 심각했다. 30대와 40대는 각각 7.4%, 12.9%만 국가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부모들처럼 어린 자녀를 둔 이들의 공감과 반발심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제도 확립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도 14.8%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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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 여론조사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꾸린 특조위의 활동과 정치권에서 특별법을 처리하는 과정 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평가도 싸늘했다. 철저하고 성역 없이, 진상규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 ‘잘 이뤄졌다’고 답한 이들은 응답자의 20%에 그쳤다. 또 ‘세월호와 관련해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책임자 처벌이 잘 이뤄졌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8%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조를 담당했던 해경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주로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물었던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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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보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앞서 세월호 피해자·유가족들은 세월호 피해 구제 특별법을 통해 심의위원회가 정한 배·보상금과 보험료, 치료비 그리고 위로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배·보상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자, ‘잘 이뤄진다’(33.1%)는 의견과 ‘잘못 이뤄진다’(47.3%)는 답변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모르겠다’거나 아예 답변을 안 한 경우도 19.5%에 이르렀다. 유가족들의 활동 목적을 배·보상 문제와 연결해 끊임없이 비판해온 종합편성채널 등 보수언론의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가장 신뢰하기 어려운 기관·단체도 꼽아봤다. 정부와 국회의 문제를 탓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보도해온 언론도 마찬가지로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가장 불신하는 기관으로는 ‘대통령과 정부’(42.8%)가 꼽혔는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11.7%)과 ‘언론’(11%)이 그 뒤를 이었다. 새누리당(5.4%)이 야당보다 덜 질타를 받은 점도 눈에 띈다. 대통령과 정부의 경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미흡한 대응과 소극적인 진상규명 관련 태도 등이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 언론이 새누리당이나 해경·선박회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의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한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참사 직후엔 모두들 함께 슬퍼하고 애도했던 분위기가 어느 순간 바뀌면서 세월호를 추모하는 시민들과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시민들로 나뉘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그 갈등이 잘 나타났다. 또 분노와 답답함, 그리고 미흡한 진상규명 등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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