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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1일 18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13일 06시 24분 KST

당신이 알아야 할 비례대표의 모든 것

국회의원 총선에선 투표용지 두 장을 준다. 한 장은 지역구 후보가, 또 한 장엔 정당의 이름이 적혀 있다. 지역구 후보는 알겠는데, 비례대표는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선거철이니까 이참에 좀 살펴보고, 어디 가서 선거 얘기가 나오면 아는 척을 해보자.

1. 300명 중 47명이다

한국 국회의원은 모두 300명이다. 지역구 의원은 253명, 비례대표 의원은 47명이다.

비례대표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활동할 뿐, 권한과 역할에서 지역구 의원과 다른 건 없다. 국회의원 연금도 똑같이 받는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선거 결과는 이렇다.

새누리당 25명

민주통합당 21명

통합진보당 6명

자유선진당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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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박근혜 대통령은 19대에서 비례 11번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세 차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다.(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라는 건 국민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혹시나 해서 덧붙인다.)

2. 당선 안정권이란 게 있다

지난 2월 여야가 비례대표 7석을 줄여서 20대 총선에선 47석뿐이다.(54→47. 대신 지역구 의원이 늘었다.) 아래는 주요 정당이 지지율을 기준으로 추정한 20대 비례대표 의원석이다. 쉽게 '당선 안정권'이라고 부른다.

새누리당 20석

더불어민주당 15석

국민의당 6석

정의당 5석

(아시아경제 3월30일)

각 당의 비례대표 명단에서 이 순번 안에 들어가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자신을 2번에 넣은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건 예측일 뿐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의당이 갑자기 지금까지 지지율을 뛰어넘는 정당 득표를 하게 되면, (47석 중) 5석 이상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게 된다.

잘 보고 뽑자.

3. 당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조선일보: "이번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 '당 정체성을 허물었다'는 비판이 있다"

김종인: "운동권 출신이 당의 정체성이라면 곤란하다"

(조선일보 3월21일)

실제 20대 총선에서 더민주의 명단은 19대와 상당히 다르다. 한겨레에 따르면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 당선자(21명)의 4분의3 정도를 차지했던 ‘학생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은 예상 당선권인 15명 가운데 5명 안팎에 그쳤다.

더민주(옛 민주통합당) 19대 당선자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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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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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는 고향, 지역 활동 등이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는 직업이나 지금까지 활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의 정체성이 더 드러난다.

4. 비례대표는 왜 있나

비례대표는 ①다수대표제나 ②지역구 위주 선거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다.

①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

예) A지역구에서 가 후보가 30%로 당선된 경우, 나머지 70%는 사표(死票)가 된다.

②지역구 위주 선거제도: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정리하면 비례대표는

사표를 방지하고,

소수정당에 대한 대표성을 보장하고,

소수자의 정치참여를 장려하고

거대 정당의 독점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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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제 덕을 톡톡히 봤다. 두 곳의 지역구에 당선됐고, 13%의 정당 득표율로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해 모두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2000년 1월30일 창당을 선언한 지 4년 만의 일로, 죽산(竹山) 조봉암의 진보당 이후 50년 가까이 ‘죽어 있던’ 진보정치가 제도권에 다시 진입한 하나의 정치사적 사건이다. (신동아 2004년 5월호)

17대 총선에선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구분한 1인 2표제를 최초로 도입했다.(지방선거는 2002년 6.13선거부터) 이전엔 1인당 한 장의 투표용지만 주어져, 지역구 투표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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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많아서 엄청나게 길다.

6. 정당 득표 3%를 넘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얻으려면 정당이 아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1. 지역구 국회의원 5석 이상 당선

2.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 득표

한겨레에 따르면 득표율 3%는 68만여표 정도다.(유권자 4210만명×19대 총선 투표율 54.2%×3%=68만4500표)

19대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

(지역구 5석 이상 당선자가 없고)득표율 3% 미만 정당은 아예 계산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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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율은 각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수의 합을 모든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수의 합계로 나누어 산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에 A, B, C, D, E의 5개당이 있고 이 정당들이 얻은 표가 모두 100표(무효표는 없는 것으로 가정), 그리고 A당이 30표, B당이 25표, C당이 25표, D당이 18표, E당이 2표를 각각 얻었고, E당은 지역구에서 한 자리도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할당 정당은 A, B, C, D의 4개당이 됩니다.(단 E당이 정당 투표에서 3%를 넘었다면 포함한다.)

이 때, A당의 득표율은 '(30/98)*100=30.6(%)'이 됩니다. 이 나라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50석이라고 가정한다면, A당은 총 '30.6(%)*50(석)= 15.3 즉, 15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내는 것이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3년 11월30일)

7. 소수자나 직능 대표가 많다

정당은 대개 소수자, 취약지역, 직능대표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정한다. 특히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선거법(47조 3항)은 비례대표 후보의 홀수 순번은 여성을 배정하게 한다.

또한 정당이 강화하려는 부문에 가산점을 부여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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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장하나 의원은 19대에서 더민주 청년비례 몫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학계, 언론계, 의학계, 스포츠계 등 각 직능대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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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14번을 받은 조훈현 프로 바둑기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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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19대에 다문화 비례대표로 이자스민 의원을 넣었으나 20대 명단엔 다문화를 대표하는 인물이 없다. 로버트 할리(하일), 옥기순 재한중국동포유권자연맹 고문 등이 비례대표 공모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재한조선족 여성단체인 CK여성위원회 박옥선 회장이 더민주 비례대표 명단에 선정됐지만, 당선권이 아닌 31번을 배정받았다.

정작 비례대표가 절실한 분야는 ‘전문성’ 논리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비정규‧불안정 노동자 천만 명’ 시대라면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불안정 노동자가 비례대표 당선권에 들어간 경우는 전무하다. 몇 해 전 그렇게 떠들썩하게 유행하던 ‘청년 비례대표’도 단물 다 빠졌다 싶은지 슬금슬금 사라지는 모양새다. (디트뉴스 4월1일)

8. 1회만 하는 게 관행이다

비례대표는 1회를 하는 것이 관행이다.(선거법이 막는 건 아니다) 정치를 더 하려면 일찌감치 지역구를 정해서 지역 기반을 다져놔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기초의원(시·구 의원)이나 지역구위원장 등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들어온 의원 27명 가운데 18명(불출마 9명)이 4·13총선에서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지만 공천을 받은 의원은 5명(18.5%)에 그쳤다. 기존 지역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패한 것이다. (동아일보 3월23일)

물론 예외도 있다. 김종인 대표는 1981년부터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까지 하면 5선 의원(20년)이 된다.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에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승계도 된다. 녹색당은 2년씩 돌아가면서 국회의원을 하는 걸 지난해 8월 당규에 넣었다.

'비례대표에 당선되는 후보자는 최초 임기 2년을 마친 후 후순위 후보자가 국회의원직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사퇴한다'

비례대표 1번 후보자가 당선되면 2년 뒤 자진사퇴해 2번 후보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다. 녹색당은 1번이 국회의원이 되면 2번이 보좌진이 되고, 2년 후 맞교환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정당 투표에서 3%를 넘어야 가능한 일이다.

*선거법에 따라 임기만료일 전 120일까지만 비례대표 의석 승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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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군소정당은 간절하다

원내정당인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무난하게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군소정당은 3%를 넘어 비례대표 1명이라도 배출하는 걸 목표를 두고 있다.

녹색당(기호 15번)은 톡톡 튀는 홍보메시지로 주목 받고 있다. 창당 직후 치렀던 19대 총선에서도 0.48%(10만3842표)를 얻는 저력을 보였다. 동물권, 탈핵 등 색다른 공약이 눈에 띈다. 최근 문정현 신부, 강금실 전 장관 등 유명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당(기호 14번)은 2008년 창당한 진보신당이 이름을 바꾼 정당이다.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1만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번 총선에 임하고 있다. 알바노조 위원장이었던 구교현 대표와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씨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민중연합당(기호 16번)은 창당한 지 한 달 남짓된 신생 진보정당이다. 하지만 당원 수는 3만명에 육박하고, 총선 후보도 비례대표 포함해 60명을 냈다. 최근엔 위헌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한겨레 4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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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는 두 장을 준다.

10.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이왕 여기까지 읽었으니 비례대표의 역사도 알아보자.

19세기 후반 벨기에의 법학자 빅토르 동트(네덜란드어: Victor d'Hondt)가 고안했다. 국가 단위의 선거로는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1900년 정당명부제가 채택됐고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시행했다.

현재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적으로 소선거구제보다 더 폭넓게 채택되어 있으며, 특히 유럽 연합의 유럽 의회 의원은 전원이 이 방식으로 선출된다.(위키피디아 4월11일)

한국에선 이런 과정을 거쳤다.

최초로 비례대표제가 실시된 선거는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선거였습니다. 전체 의석의 1/4(44석)을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정당의 득표비율을 통해 배정했습니다. 이후 1973년에 폐지되고 1981년 다시 도입되는 등 시기에 따라서 변동이 컸습니다.

1996년과 2000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하거나 유효투표의 5/10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은 득표비율에 따라 전국구의석을 배분 받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3년 11월26일)

11. 확대가 꼭 좋은 건 아니다

더민주와 진보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례대표제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직접 투표가 아니며, 당내 계파 별 나눠먹기 등의 폐해도 있다. 방식도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각 나라가 현실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

명부를 개방형으로 하느냐 폐쇄형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차이가 납니다. 폐쇄형으로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순위를 유권자들이 결정하느냐, 누군가를 탈락시킬 수 있느냐 하는 차이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례 대표제를 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제각기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체코, 스위스 등등은 모두 다른 비례 대표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그것은 각국의 정치적 역사와 정당, 정파의 분열 양상에 따라 결정됩니다.

선거 제도는 제도 자체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와 경험, 실천을 통해 작동하고, 제도가 역사와 정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정치가 제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비례 대표제를 강화하는 것 자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필요에 따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지요.

(프레시안 2015년 8월14일)

4. 40년 된 군대 수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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