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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7일 11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3월 27일 11시 54분 KST

여성들은 일상에서 이런 '성차별'을 경험한다(제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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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11명의 여성 독자들에게 제보받은 '성차별 경험담'을 공개한다.

1. "뚱뚱한 여자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담배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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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대학생이고 성인입니다.


대학교 뒷건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담당 교수님을 마주쳤는데, 되게 놀라시더라고요. 저한테 면담 좀 해야겠대요. 제가 남학생이어도 그랬을까요?


학기 중에 꼭 해야 하는 면담이 있어서 찾아갔었는데, 담배는 "너같이 예쁘고 날씬한 애들은 피는 게 아니"래요. 자기가 본 담배 피우는 여학생은 뚱뚱한 여학생뿐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뚱뚱한 여학생들이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아서 담배를 피운다"고 하셨어요.


왜 여자는 뚱뚱하면 안 되고 담배도 피우면 안되나요? 어느 누가 뚱뚱한 남학생이 담배 피운다고 해서 그것을 '남학생이 담배 피우는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어서 담배를 피우는구나' 라고 생각할까요? 언제부터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어서 피는 것이었나요? 정말 성차별이 아닌가요?

2. "여직원은 회사의 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출장이 잦은 직장을 다녔어요. 혼자 가는 게 아니고, 동료와 함께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는데요. 숙박할 때 방을 따로 잡아야 하니 약간 '여자 사원이라서 지출이 많다'는 어조의 불평을 종종 듣곤 했지요.


그리고 여성사원을 지칭할 때 'ㅇㅇ회사/부서의 꽃이다'라는 말을 칭찬이랍시고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데 회사 사람도 아닌, 외부인을 만나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이 자리의 꽃이지 않느냐'라고 공개적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반박했지만 썩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남성분들이 그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표현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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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자는 무조건 꾸며야 한다"

8년 차 직장인입니다.


기계 도면 설계 회사라 다수가 남자인 필드지요.


2년 전 차장님 한 분이 이직해 오셨습니다. 여자분이에요.


대리 직함 달기에도 힘든 세계에서 여자가 차장이라니 여러모로 존경할 부분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한가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자신도 자각 못 하고 있는 성차별적인 발언들이에요.


주로 회식자리에서 듣게 되는데요...


거의 매번 여자 사원들을 모아놓고 하는 말들 중의 하나가 "여자는 꾸며야 한다"는 거에요.


요지는 '꾸미는 것은 여자의 특권'이고, '꾸미지 않는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예로 든다는 것이, 협력업체로 회의를 갔는데 다른 업체의 여자들을 보고 남자들이 "북한 여자들인 줄 알았다"고 했다면서..


제 기준으로는 당연히 그 말을 한 남자들이 질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차장님은 그 "북한 여자처럼 하고 다니는 여자"들을 한심한 여자 취급 하더라고요.


(북한 여자 같다는 표현은 성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다분히 북한 여자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적 발언 아니겠습니까. 여러모로 지적할 것이 많은 말인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만만한 말단 여사원이 화장도 잘 안 하고 다니면 대놓고 좀 꾸미라고 하고, 좀 덜 만만한 여사원한테는 "**씨는 왜 화장은 안 해요?" 하고 꼭 한마디씩 합니다.


남자들이 많은 회사이니 남자들에게서 성차별적 발언들을 많이 듣게 되는 게 사실인데, 여자분들이 아무런 자각 없이 이런 말을 쏟아내는 것들에도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은 분야가 남성 중심주의가 강해서 더 심한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런 필드에서 직급이 높은 여성일수록, 그러니까 견디고 살아남은 여자들일수록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시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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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보다 더 버는 여자는 싫다"

여전히 주변에 있는 남성 친구분들이 이런 말을 해요. "나보다 더 배우고 더 순위 높은 학교 출신에 더 많이 버는 여자는 만나기 싫다"고.


40~50대나 20~30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사고관은 많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회사 면접 상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 중에 '왜 결혼을 아직도 안 했어요?'가 있습니다. 남성들에게도 하는 질문인지 몰라도 30대 미혼녀로 이런 질문은 매우 불쾌합니다.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 시, 여성의 수가 적은 남성 중심의 한 기업 (주로 테크니컬한 기업들)에서는 여성이 희망퇴직을 원할 시, 신청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당은 거절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 이유로 매니저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자가 어딜 받으려고 하느냐?'라고 이야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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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놔둬라. 그런 건 여직원이 하는 거다"

제가 전 직장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사장님께선 커피는 무조건 여자가 타야 한다며, 저에게 커피를 타고 치우는 일을 시키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 직원이 사장님실에 있는 커피잔을 보며 "이거 치울까요?"라고 했는데.


사장님께선 "아니 놔둬라, 그런 건 여자 직원이 하는 거다." 라고 말씀하시는 걸 바로 옆 방에 있던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남자 직원분이 스스로 치우겠다고 말하는 걸 굳이 말려가면서까지 여자인 저에게 시키시는 게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사장님께 부당함에 대해 항의할 수 없었던 것이 더 슬펐습니다.


분명 이런 일이 저 혼자만 겪었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여자도 아닌데 운전을 왜 저리 못해?"

택시를 탔을 때의 일입니다. 저희 택시 옆에 있는 차가 제대로 운전을 못하더라고요. 빨리 가지도 못하고 답답하게..


그때 택시 아저씨가 "아니 여자도 아닌데, 운전을 왜 저리 못해?"라고 하셨는데....이렇게 돌려 돌려 여자를 깔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여자는 운전을 거지같이 해야만 하는 건가 싶었어요.


"여자도 운전 잘합니다, 아저씨! 남자보다 잘할 수도 있는 겁니다"

woman driver

7. "예쁜 여자가 따라주는 술 좀 마시자"

2012년 제가 고작 스물한 살이었을 때였어요.


저는 당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OO도 대학생 기자단"의 일원으로 대외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자 주무관이 처음 가진 기자단 술자리에서 제 근처 자리에 앉으시더니,


'다른 (대학생) 오빠들한테만 그러지 말고 나한테도 의지하라', '조금 서운하다', 이런 뉘앙스로 얘기하시더라고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유달리 술을 좋아하던 그분은 술을 마시면 조금 더 대담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조 회의 후 횟집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였어요.


저희 조에 스물여섯 살짜리 깍듯한 오빠가 있었고, 그 오빠가 저보다 주무관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었어요.


그래서 그 오빠가 계속 그분의 잔을 채워주었죠.


그런데 몇 잔 마시고 흥(?)이 조금 올라온 주무관이, 잔을 채우려던 오빠가 민망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저를 쳐다보면서 "예쁜 여자가 따르는 술 좀 마시자."고 했습니다.


원래 감정이 바로바로 올라오는 편이 아닐 뿐 아니라, 다른 어른들도 계신 자리에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냥 술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수치심마저 들었습니다.


이제 곧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텐데, 이런 일을 겪는 게 이제 시작일 것이란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고요.


아마 그곳에 있던 사람 중 이것이 성차별, 성희롱 발언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이는 몇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놀란 눈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자라면 예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을 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지 않을까요.

8. 여자는 남자보다 조금 먹는다?

한창 배고플 나이인 중고등학생 때 급식을 받는데 전 남자애들보다 더 잘 먹을 수 있는데 여자애라고 항상 조금만 주더라고요.


깨끗이 비우고 다시 받으러 가도 남자애들은 후식까지 또 챙겨주지만 여자애들은 항상 돌려보냈어요.

9. 길거리서 담배 피우다 맞았다

연봉이 적어요. 죽었다 깨도 같은 스펙 남자의 연봉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거 다 알잖아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다 맞아본 성인 남성 계시나요? 저는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쯧쯧거리면서 지팡이로 툭툭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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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넌 결국 힘들어서 포기할 것이다"

제 동생이 경찰되려고 운전면허 1종 따는데 운전학원 선생님이 자꾸 '여자가 뭐하러 이걸 따냐'고 어려운 거 하지 말고 그냥 2종 따라고 하네요. 넌 결국 힘들어서 포기할 거라고..

11.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같이 알바하는 남자 동생과 언니가 저보고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25)'라고, '(25살을 넘기면) 한물갔다'고 하더라고요.


또 언니가 자기도 '꾸미면 여자'라고 하더군요.


'꾸미지 않아도 여자'라고 정색하니 사과..


언니가 왜 사과를 하나요...스스로 여성 혐오적 프레임에 길들여진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Photo gallery 전 세계 여성 시위 60장 See Gallery

직장 등에서 성차별을 받았다면, 고용노동부 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실효성 등의 측면에서 성차별 예방과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 때문에, 지난해 성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체계적인 구제절차를 담은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유승희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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