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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3일 06시 19분 KST

"돌아오세요" 더민주 비대위원들 한밤의 '읍소'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결국은 비대위원들의 집단 사퇴로까지 번졌다.

더민주 비대위원들은 22일 사퇴의 배수진을 친 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한밤에 김 대표의 자택까지 찾아갔다.

'김종인 비례대표 14번' 절충안을 내걸었던 비대위원들이 이를 백지화하고 애초 김 대표의 뜻대로 비례대표 2번을 김 대표에게 배정한 채로, 자신들의 비대위원 자리까지 내놓으면서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은 셈이지만, 김 대표는 "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당무복귀가 순조롭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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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서울 종로구 구기동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던 박영선, 우윤근 비대위원 등이 면담을 마친 뒤 김 대표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날 우윤근 김병관 표창원 비대위원과 김성수 대변인은 오후 8시15분께 김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박영선 비대위원도 오후 9시께 합류했다.

김 대표가 비대위에 일임한 비례대표 명부의 작성을 마쳤으니 김 대표로부터 추인을 받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사실상 김 대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표직을 떠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김 대표는 "비례 2번에서 내 이름을 빼놓으라"고 했지만, 비대위원들은 2번에 김 대표의 이름을 넣어 명부를 작성해 들고 갔다. 김 대표가 애초 구상한 '비례 2번'을 비대위가 부탁하게 된 셈이다.

한 비대위원은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능성 때문에 2번을 비우라고 한 것"이라며 "진짜로 2번을 비우면 나가란 얘기나 다름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간발의 차이로 김 대표와 엇갈렸다.

이들이 찾아오기 불과 15분전 김 대표가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며 집에서 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가 돌아올 때까지 2시간15분 가량을 집에서 기다려야 했다.

김 대표와 비대위원들의 만남은 오후 10시 반에야 겨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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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볍게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공천논란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대화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워졌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당을 계속 이끌어주셔야 한다"면서 "이번 공천이 무리없이 잘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비례 공천에서 문제가 불거졌는데, 이는 비대위원들이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라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내가 더민주에 온 이유는 비례대표 자리나 다른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하며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중앙위원들의 요구대로 비례순번 결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운동권·진보진영 인사가 비례 상위권을 차지하도록 순번이 바뀐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그룹별) 칸막이를 허물고 투표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 "일부 운동권 등 이런 사람이 자꾸 들어오지 않느냐"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으면서 "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 앞에서 "당원들에게 송구하다. 책임을 지겠다"며 일괄 사의를 표했다.

이에 김 대표는 "왜 당신들이 사의를 표명하느냐"고 답하기는 했지만, 이후 김 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비대위는 김 대표의 이름을 2번에 넣은 명단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비대위원들은 약 1시간만에 집을 나섰다.

비대위원들의 이같은 '한밤 읍소'에도,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김 대표는 우선 다음날 비대위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계적으로 제 자리에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공천 실무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일 뿐, 이후로도 여전히 거취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날 오후 김 대표와 접촉한 한 인사는 "일단 내일까지 공천장 수여를 마감해야 하는 만큼 실무 처리를 위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더민주 문화에 대해 느끼는 근본적인 고민은 여전하다. (사태가 수습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