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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1일 11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3월 21일 12시 56분 KST

'김종인 리더십'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의문 : 사심(私心)

私心 (사심)

1.사사로운 마음. 또는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명단과 김종인 대표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이 단어가 있다. 발표된 후보들의 자질이나 정체성 등 ‘인물’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이 파장의 전부를 설명하기 힘들다. 문제는 바로 그 ‘사심’이다.

더민주 비대위는 김종인 대표를 '비례대표 2번'에 올렸다. '셀프 공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21일 다시 '14번'으로 조정되긴 했지만, 이 역시도 비교적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김 대표의 출마 의지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게 포인트다. 사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애써) 낮춰 봤던 게 사실이다. 이제 얘기가 달라지게 됐다.


1. 김종인 리더십의 뿌리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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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당 안팎에서 ‘차르(전제군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숨에 당의 전권(당대표+선거대책위원장)을 쥔 그는 당의 중요한 결정을 독점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고, 주요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으며,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바꿨다. 이런 야당 대표는 드물었다.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큰 탈은 없었다. 당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유인태 정청래 이미경 등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논란도 잦아들었다. 무엇보다 계파 갈등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적어도 겉으로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김종인 리더십’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였다. ‘승리’와 ‘사심없음’. 조금 더 풀어서 쓰면 ‘사심없이 당을 총선 승리(참패를 면할 정도의 성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그 신뢰가 모든 불만을 잠재웠다. ‘선거라는 주어진 임무가 마무리 되면 곧 사심 없이 물러날 사람’이라는 인식은 역설적으로 계파를 초월한 강력한 리더십을 탄생시킨 힘이었다.

특별히 자리 욕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그의 힘을 살려주고 있다. 잃을 게 없으니 주류들이 "당신 그러다 다친다"고 해도 "그래? 그럼 나 그만둘 테니 너희가 다시 해봐"라고 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친박계 핵심 인사도 비슷하게 말했다. 그는 "김 대표의 힘은 '언제든 그만두면 그만'이라는 데서 나온다"며 "그를 모셔와 놓고 다시 내치는 모습을 보이면 모셔온 쪽이 국민에게 경제 민주화나 당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비치는, 일종의 '덫'에 빠진 상황이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3월4일)

‘비례대표 2번’으로 얘기가 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조금씩 고개를 들던 상황이었다. 김 대표가 계속 당에 남아있겠다면, 당 안팎의 ‘불만자’들로서는 꾹꾹 눌러왔던 불만을 굳이 유예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김 대표가 ‘임시사장’이 아니라 당내 미래 권력을 놓고 싸워야 할 ‘경쟁자’로 부상하는 셈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종종 논란이 있었지만 지지자들이 김 대표의 모든 결정을 믿고 따랐던 것은 당의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묵묵히 가는 모습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이처럼 사심을 채우는 듯한 모습은 앞으로 총선을 이끄는 데 있어서 그의 지도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당의 응집력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 3월21일)


2. 김종인은 사심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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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사심 없음’을 강조했다. 자신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을 돕기 위해 왔을 뿐이며, 오직 선거 승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

김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당이 분열되는 모습이 보였고, 야당이 설 땅이 없어 보였으며, 자칫하면 한 당이 장기 집권하는 불행한 사태가 올 것 같아 문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최대 주주인 문 전 대표의 부탁으로 대표를 맡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협조해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김진표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등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자”고 했다. (동아일보 3월1일)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내가 비례대표 추구하던 사람도 아니고(...)”라며 자신의 ‘사심 없음’을 강조하는 한편,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대위원장하려는 사람으로 다루는 것이 제일 기분이 나쁘다”고 노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전날 열린 심야 비대위 간담회에서 "내가 욕심을 갖고 이 당에 온 게 아니다", "당이 잘되라고 온 것이지, 내가 뭘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고 '사심'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당에 남아 대선 승리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김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라, 당이 성공하려면 내가 당 밖에 나가 있으면 되겠는가'라는 취지로 완곡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3월20일)

-비례대표 2번 셀프 전략공천 논란이 계속되는데.

▲아니 2번을 하나 10번을 하나 15번을 하나 차이가 뭐가 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지. 나는 그런 식으로 일을 못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옛날 김대중 전 대통령 식으로, 끝번호 넣어 동정을 구하는 식의 정치는 안하는게 좋다.

내가 비례대표를 추구하던 사람도 아니고, 지금 자기네들 도와주기 위해 필요하니 하려고 한건데, 필요없다고 하면 안하면 그만이지 딴 얘기할 것 있나.

꼼수란 건 내 생각에 들어있지 않다. 일을 하려면 분명하게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일을 해야지. (연합뉴스 3월20일)

그는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셀프공천'한데 대해 "내가 연연해서 여기 온 게 아니다"며 "내가 당을 조금이라도 추스려서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가려면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서 비대위원장하려는 사람으로 다루는 것이 제일 기분이 나쁘다"며 "내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같은 사람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이상 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합뉴스 3월20일)


3. 이것은 왜 사심이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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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은 입증할 수 있는 성격의 무엇이 아니다. 다만 그 실체가 드러나는 건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서일 것이다. 공천이 진행되면서 김종인 대표의 ‘사심’에 대한 의혹이 커지기 시작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잠재적 당권 경쟁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직계-동맹세력 후보가 될 인사를 전진배치한 공천 결과에서는 그의 당권 도전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우선 김 대표는 이번 공천을 통해 계파 수장급 인사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거나, 이들의 측근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당내 주요 계파에게 큰 타격을 줬다. (조선비즈 3월20일)

당 내에 이른바 ‘김종인계’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섣부른 해석일 수는 있지만,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대위원인 이용섭 전 의원도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본인이 원하면 전당대회를 나갈 수 있고 당원들의 신임을 받으면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를 ‘총선용 구원투수’쯤으로 생각하던 당내 인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비대위 및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친김 진영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3월18일)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자신이 낙점한 비례대표 후보들과 박영선 의원 등 일부 비대위원들, 이날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까지 끌어 모을 경우 기존 당내 어느 계파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더민주를 ‘김종인 당’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국일보 3월21일)

당 대표에 대한 그의 과거 발언도 다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생각은 현재로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당 내부 사정이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기사에서 김 대표의 ‘사석 발언’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나는 부(副)대장보다는 대장 체질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는 처음인데 뜻밖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치의 속성을 잘 아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일부에선 김 대표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웃기만 했다. (조선일보 3월4일)

물론 이 모든 게 오해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논란에 대해 "국민들 보기에 야당이 과거와 똑같다는 인상을 줘서는 수권(受權) 정당이 될 수 없다"며, "운동권 출신이 당의 정체성이라면 곤란하다. 그런 것을 정체성으로 하는 정당이라면 처음부터 나 같은 사람을 데려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오직 선거를 위해서라는 얘기다.

김 대표의 '사심'이 자신의 권력의지라기보다는 '당내 개혁 완수'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요새 저녁에 여의도에서 술 마시면서 ‘선거 끝나면 두고 보자, 뒤엎겠다’고 하는 의원들이 있다는데 누구인지 다 안다. 이 당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며 "목소리 크다고 해서 그 사람들 목소리 듣다가 당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한 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의심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스스로는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견물생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유력한 당내 대권 주자이자 김종인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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