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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3일 11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3월 03일 11시 35분 KST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겠다": 이 영국 회사가 혁신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간단한 이유

한 영국 회사가 여성 직원들에 대한 생리 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겠다고 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허핑턴포스트UK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Coexis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 여성 직원들은 생리 기간에 아프면 집에 가도 되고(이 경우 유급휴가), 자신의 생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한 뒤, 그 기간에는 몸 상태에 따라서 업무 분담을 받을 수 있다.(만약 여성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안 해도 된다. 전적으로 '선택'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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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벡스 백스터와 그의 팀

전체 직원 31명 가운데 24명이 여성 직원인 이 회사의 디렉터 벡스 백스터는 15일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여성의 몸 상태를 고려한 '자연스럽고도'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얘기다.

"수년간, 여성 직원들이 생리통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질 못하죠.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생리 기간 여성들의 몸 상태는 '겨울'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따뜻하게 해주고, 몸을 충분히 돌봐줘야 하죠."

"생리가 끝난 후를 '봄'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데, 이때 여성들은 평소보다 3배의 생산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리휴가 정책은 어떻게 여성의 에너지와 창의성을 활용할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회사가 여성의 생리 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이득에도 도움이 됩니다."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업무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죠."

벡스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여성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인 '생리' 혹은 '생리통'을 "골치 아픈 문제"로 받아들이는 기존의 인식을 깨부숴야 한다는 것이다.

"저희 회사는 '생리'에 대해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생리' '생리통'이 감춰야 할 부정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이 회사는 15일 '선진적인 생리 정책'(Pioneering Period Policy) 이벤트를 개최해 다른 기업들도 선진적인 정책 만들기 대열에 동참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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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은 1953년 '생리휴가' 제도가 '유급'으로 도입됐으나 2003년 '무급'으로 개정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그 역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부산으로 피난가 있던 국회에서 1953년 처음 제정된 근로기준법에도 생리휴가 제도가 있었다. 제59조에 “사용자는 여자가 생리휴가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월 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실제로 생리휴가를 사용한 시기는 내 기억으로 70년대 중반 무렵이다.


(중략)


노동시간 단축이나 모성보호법 등의 제·개정이 논의될 때마다 기업 경영자들은 그 전제조건으로 생리휴가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그 주장들은 생리휴가 제도가 여성을 육체적으로 취약한 존재로 간주해 오히려 차별한다든가, 여성을 ‘아기 낳는 도구’로 취급함으로써 여성 비하에 해당한다는 외피를 입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가 하루 쉬면서 받는 임금만큼 이윤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근대적 경영관이 초래한 발상에 불과했다.


2003년 ‘주 5일 근무제(주 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되면서 경영계는 또다시 생리휴가 제도 폐지를 주장했고 많은 논란 끝에 유급이었던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바꾸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유급생리휴가’가 그냥 ‘생리휴가’로 바뀐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휴가로 쉬려면 그날의 임금을 포기해야만 한다.(한겨레 2015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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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무급'이라고 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한킴벌리가 2014년 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76%가 '생리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유한킴벌리 화이트’가 최근 2030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생리휴가 사용빈도는 대부분 1년에 한 두번에 불과했다. 생리휴가 사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도 76%에 달했다.


생리휴가를 알고 있다는 이는 92%,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을 안다는 이는 76%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생리휴가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상사 눈치가 보여서’ 42%, ‘주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36%, ‘남자 동료에게 눈치 보여서’ 순으로 조사됐다. 생리휴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직장상사의 배려가 요구됨을 시사한다. (헤럴드경제 2014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