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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6일 12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26일 13시 00분 KST

오스카 시상식에는 수상 부문조차 없는 영화의 한 분야

Matt Sayles/Invision/AP
An Oscar statue is seen during setup for the 88th Academy Awards in Los Angeles, Wednesday, Feb. 24, 2016. The Academy Awards will be held at the Dolby Theatre on Sunday, Feb. 28. (Photo by Matt Sayles/Invision/AP)

매년 오스카는 할리우드 최고의 인물들을 모아 연기, 감독, 시각 효과, 사운드 믹싱 등 24개 부문에서 상을 준다. 영화 제작의 거의 모든 분야가 다 포함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스턴트 분야다.

지난 25년 동안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혹은 아카데미)는 스턴트 업계를 도외시했다. 피한 것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의 스턴트 코디네이터이자 세컨드 유닛 감독인 잭 길에게 있어 그 기간은 거의 평생과도 같다. 길은 1990년에 스턴트 업계를 대표하는 최초의 멤버 중 하나로 아카데미 회원에 등록됐다. 오늘날 아카데미 회원 중 스턴트 분야 관련자는 31명인데, 연기나 프로듀싱과 같은 영화 제작의 더 큰 영역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나, 스턴트 업계를 정확하게 반영한 숫자이다.

‘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과 ‘나이트 라이더’의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길은 지금은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턴트 코디네이터 중 하나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참여했다. 특히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와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작업으로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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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길은 아카데미 가입 후 스턴트 분야가 인정받게 만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던 것을 한탄했다. “아카데미 상은 내가 처음으로 접근했던 상이고, 약 5년 뒤 우리는 미국 배우 조합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너희가 미국 배우 조합을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좀 더 잘 해줄게. 아카데미에 스턴트를 넣는 이야기를 더 해볼게.’ 미국 배우 조합을 설득하자마자 나는 아카데미에 돌아갔는데, 그때도 거절 당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제자리다.”

미국 배우 조합은 스턴트 분야를 인정하는 미국의 주요 영화 시상식 두 개 중 하나다. 다른 시상식은 에미상이다. 두 상이 스턴트를 조명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에미는 ‘스턴트 코디네이션’ 분야를 넣었고, 미국 배우 조합은 영화와 TV에서 각각 ‘스턴트 앙상블’ 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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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게는 스턴트 코디네이션이 우선이다. “오스카 부문들을 보면 해당 분야의 수장이 상을 탄다. 카메라 오퍼레이터가 아닌 촬영감독이 상을 받는다. 영화를 만들 때는 프리프로덕션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스턴트 코디네이터가 참여해서 스턴트 전부를 디자인하고, 대본을 읽고, 세팅을 하고, 로케이션을 고민한다. …영화 제작 과정의 모든 부분에 다 참여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것은 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그는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헐리우드 거물의 지원을 받는 탄원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스턴트 배우인 브레이디 롬버그 등의 지원도 받고 있다.

주로 TV 쇼에서 활동하는 롬버그는 ‘툼스톤’ 등의 영화도 작업했으며 2015년 오스카를 수상한 ‘위플래시’의 마일스 텔러 등 주연 배우의 대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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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버그는 “문제의 뿌리는 스턴트의 평판과 관련이 있다”고 허핑턴 포스트에 말했다. 엑스트라를 피아노 줄에 매달던 70년대와 80년대에 비해 스턴트는 진화했다. “스턴트에 대한 낡은 시각은 수정되어야 한다. 나는 아카데미가 그 변화를 이끌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카데미도 시대에 맞게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롬버그의 말은 아카데미가 당연히 반응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만든다. 재앙과도 같았던 올해의 #OscarsSoWhite 에서 보였듯, 아카데미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으면 그들은 헐리우드의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선구자가 되기 보다는 편안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2년 연속 모든 후보가 백인으로 선정되고 나서야 아카데미는 다양성을 포용하기로 했다(하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 스턴트 논란은 비등점에 도달했다. 올해 오스카 후보에 많이 오른 영화 두 편은 모두 액션 영화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12개 부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두 영화 모두 장인의 스턴트 작업이 필요했고, 스턴트 팀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형태로 존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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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아카데미는 수상 부문을 늘리지 않고, 있던 부문을 없애려 한다거나, 스턴트에는 예술이나 과학이 없다는 말로 정당화하는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댔다.

롬버그는 이에 반대한다. “스턴트를 디자인할 때, 과학과 예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드 맥스’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레버넌트’ 같은 영화를 찍을 때는 … 스턴트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건 감독의 비전이기 때문에 스턴트 디자이너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감독의 비전인 것은 맞지만, 협업이기도 하다. 스턴트 팀과 CGI 팀,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의 팀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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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설득되지 않았는가?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길의 작업을 보라.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스턴트 팀은 주인공들이 리오의 거리에서 금고를 끌고 달리는 고속 추적을 디자인했다. 원래는 전부 다 CGI로 하려 했지만, 길은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우겨서 가벼운 금고를 만들었다. 스턴트 배우와 차가 안에 들어가 금고를 ‘운전’할 수 있는 금고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금고가 끌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건 인정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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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하게도 시대정신을 담았던 ‘터미네이터 2’와 ‘레이더스’와 같은 영화들이 인정 받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현대 액션 영화가 스턴트 팀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2015년만 해도 가장 큰 수입을 올린 영화들은 전부 액션영화였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쥬라기 월드’,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이다.

영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직 늦지 않았다. 놀라운 스턴트 작업의 기회는 계속 많아질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의 시리즈가 점점 커지고 또 다른 폭발적인 영화 시리즈들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인간의 상상력을 옹호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영화 산업의 예술과 과학, 그리고 자신들의 상상력을 이용해 믿기 힘든 시퀀스들을 만드는 스턴트 팀을 인정하는 게 인간의 상상력을 옹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에디터 주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감독인 정두홍 감독은 지난 2013년 14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베를린'으로 기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의 영화시상식도 '액션 연출' 부문을 따로 떼어내 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청룡영화상은 '기술상'의 하나를 '편집상'으로 주고, 또 다른 기술상에 무술, 시각효과, 의상 등을 통털어서 시상한다. 영화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이 2010년 제31회 청룡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종상 영화제의 지난 2015년 수상부문에는 '기술상'이 없었다. 촬영, 조명, 편집, 녹음, 미술 등의 부문을 만들었고, 첨단기술특별상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시장'에 상을 수여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One Category That The Oscars Refuse To Recogniz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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