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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7일 08시 05분 KST

감산도 아니고 이란도 없는 '동결', 국제유가는 계속 떨어진다

ASSOCIATED PRESS
Saudi Arabia's Minister of Petroleum and Mineral Resources Ali Ibrahim Naimi speaks to journalists at a hotel in Vienna, Austria, Tuesday, Dec. 1, 2015, prior to the OPEC oil ministers' meeting on Friday. (AP Photo/Ronald Zak)

세계 양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카타르 4개국이 16일(현지시간)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감산이 아니라 생산량 동결이라는 합의 내용에 실망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란·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이 동참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가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17일 오전 10시5분(한국시간)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시장 종가보다 0.37% 떨어진 배럴당 29.33달러에, 북해 브렌트유는 3.62% 하락한 배럴당 32.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동결이 아닌 감산이 필요하다" 시장의 유가상승 기대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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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로는 이번 합의 결과가 원유 생산량 감산이 아닌 동결에 그쳤다는 점이 꼽힌다.

애초 러시아, 사우디, 베네수엘라, 카타르 4개국 회담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감산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이 사우디가 생산량 5% 감산을 제안했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기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4개국은 지난달 11일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겠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시장은 실망에 휩싸였다.

이를 반영하듯 동결 발표가 나온 직후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수직 낙하했다.

장중 배럴당 30달러를 보이던 WTI 가격은 29달러대로 급락했고 35달러를 오가던 브렌트유도 1달러 이상 떨어졌다.

조시 마호니 IG 시장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감산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을 고려했을 때 감산은 이들에게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못박고 "오늘 유가 하락은 시장이 이 같은 사실을 깨달은 것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마켓워치에 설명했다.


◇ 이란·아제르바이잔 동참 가능성 작아…반쪽짜리 합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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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5년 12월4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OPEC 회의에 참석한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 ⓒAP

이란 등 다른 산유국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합의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회원국이 참석했지만, 다른 OPEC 국가들은 합의 내용에 따르겠다는 뜻을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사우디와 정치적 앙숙 관계이자 OPEC 내 다섯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 이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올해 1월 들어서야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원유 수출길이 트인 이란으로서는 굳이 원유 생산량을 줄일 이유가 없다.

정치적으로도 사우디가 지난달 시아파 종교지도자를 처형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사우디와 협조할 가능성이 작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은 4개국 합의 발표 이후 사나 통신에 "(이란은) 원유 시장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제르바이잔 역시 동참할 뜻이 없음을 공표했다.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 차관은 블룸버그 통신에 "아제르바이잔은 대형 산유국이 아니므로 감산이나 동결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동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OPEC 내 2위 원유 수출국인 이라크는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다른 산유국들이 동참한다는 조건에서 산유량을 동결 또는 감산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율러지어 델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17일 테헤란에서 이란, 이라크와도 산유량 동결과 관련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1월 수준 동결도 공급과잉"…수급 불균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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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원유시장이 수급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4개국은 산유량을 올해 1월 11일 기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올해 1월 전 세계 산유량이 하루 9천653만 배럴로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지난달 원유 수입량이 4% 줄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여타 국가에도 퍼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원유 수요가 하루 160만 배럴씩 늘어났지만, 올해는 수요 상승폭이 120만 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OPEC과 러시아가 지금부터 산유량 동결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이미 (산유량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생산량을 1월 수준으로 동결한다 해도 글로벌 수요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두고 원유시장 '빙하기'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이번 합의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뛸 경우 오히려 원유시장에 독일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클레이스는 "갑작스러운 유가 상승은 신흥국의 원유 수요 회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