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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6일 19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6일 19시 28분 KST

대법원 판례 반박하는 '긴급조치 배상' 판결이 또 나오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서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입장에 어긋나는 하급심 판결이 또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마은혁 부장판사)는 이달 4일 긴급조치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손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2천725만∼1억44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띈 국가행위"이며 "이런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게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작년 3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별정직 공무원이고 긴급조치 발령은 국가배상법에서 정하는 직무행위"라며 "긴급조치 9호의 내용이 헌법에 명백히 위배되는데도 굳이 발령한 행위는 국가배상법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새삼 긴급조치 9호의 위헌성을 부인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법심사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받는 긴급조치 위헌결정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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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대법원이 "국회의 입법행위는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아니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판례를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적용한 것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입법행위는 다수결 원리에 따르지만 대통령은 1인의 배타적 판단으로 의사를 형성한다. 이런 차이를 간과하고 고도의 정치적 성격이 있다는 점만을 근거로 입법행위 판결의 법리를 무비판적으로 원용했다"고 반박했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도 대법원 판례를 깨고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입법부와 달리 대통령 등 행정기관이 국민 개개인과 관계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기준을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