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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5일 07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5일 07시 52분 KST

박근혜 대통령의 '깊은 분노'가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되는 아주 간단한 이유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에 '분노'했다는 정황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분노'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선언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협의 개시 등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에 실망하고, 시진핑에 실망한 박 대통령의 '분노'가 이런 조치들로 나타났다는 것.

그 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에 곧바로 중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 배치 협상 개시를 결정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결정의 배경에도 중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노'가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외교 당국자는 "박 대통령에게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도 참석했는데 중국이 이럴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 최근 결정에 묻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월13일)

박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북한의 지뢰 도발 등에서도 어찌 됐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이름의 대북 대화 기조는 이어 나가려 했다. 하지만 올해 벽두부터 북한은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드레스덴 선언,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DMZ) 평화생태공원 등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나열한 뒤 "그렇게까지 했는데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응답했다"며 "이제 대통령은 '참을 만큼 참아왔고 더 이상 북한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로 여기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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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통일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성명을 직접 뜯어 고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가 청와대에 올렸던 원안과는 달리, 성명의 톤이 훨씬 강경해졌다는 것.

또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대해 '전면 중단' 대신 '일시 중단'이나 '잠정 중단'을 신중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런 의견을 묵살했다는 것.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방북 뒤 '진짜' 노력했던 박 대통령은 지금 '진짜 화가 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두 달 뒤 4·13 선거 승리를 위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 안위를 놓고 도박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국방부와 통일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중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기획에 의한 것이라면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선거용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로 화가 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2월14일)

성 기자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정치인 상가에는 대통령 조화도 보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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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그게 거기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국내 정치에서의 이런 태도를 대외관계로 확장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은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국제정치는 국내정치보다 훨씬 더 냉혹한 세계입니다. 힘이 곧 정의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속내를 철저히 감추고 냉철한 계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국가 원수가 함부로 속을 드러냈다가는 그 국가와 국민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가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가져오면 어떻게 하지요? (한겨레 2월14일)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쓴 칼럼에서 대통령의 '분노'가 국가안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깊은 분노를 안다. 그러나 지도자의 심기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선할 수는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국민 우선주의’여야 하는 이유다. 분노와 무력감의 끝에 나오는 선택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중앙일보 2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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