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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4일 17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4일 17시 28분 KST

'메틸알코올' 노출 노동자들, 마스크도 없이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Shutterstock / Enrique Pellejer

지난달 경기 부천공단에서 메틸알코올 과다 흡입으로 노동자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해당 업체가 안전교육과 안전설비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밝혀졌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근로감독 결과, 사고가 난 사업장이 노동자한테 안전교육을 하거나 보호마스크 지급, 환기시설 등의 안전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노동자들은 노동운동 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업 때 장갑과 마스크를 안 끼고 했고 아무런 주의조처나 설비도 없었다”며 “메틸알코올이라기에 그냥 알코올이려니 했을 뿐 위험한 것인지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메틸알코올 같은 독성 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한테 1~8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시키고 안전장갑, 보호의, 보호마스크 등을 지급하는 한편 환기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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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한 노동자 3명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금속부품을 만드는 부천의 3차 협력업체 ㅇ사와 ㄷ사에서 일하던 중 지난달 중순께부터 구토와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을 겪었으며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금속 절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쓰이는 고농도 메틸알코올 증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메틸알코올은 투명하고 색깔이 없는 인화성 액체로, 고농도에 노출되면 두통과 함께 중추신경계 장해를 입을 수 있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고용부 근로감독 결과 이들 노동자는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노동자들이 일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된 업종인데 급속한 물량변동이나 정규직의 출산·질병 등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는 경우 6개월까지는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다. 고용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사유 없이 일상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써 왔으며, 파견업체는 고용부 장관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업체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산업안전에 관한 한 후진국임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위험 작업에 파견 노동자를 데려다 쓰는 불법적 관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여당은 뿌리산업 등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을 추진중인데, 뿌리산업의 경우 안전환경이 열악한 영세한 사업장이 많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어 “유해한 물질들을 취급하는 위험업무까지 외주화한 것이 본 사건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 문제점이라고 판단된다”며 “정부는 적게는 다단계 하청업체 파견근로자에서부터 넓게는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효성 있는 법, 제도, 정책적 직업보건관리 보완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