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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4일 08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4일 08시 48분 KST

'강경보수' 앤터닌 스캘리아 美대법관 사망, 미국 대선의 또 다른 변수

미국 연방 대법원 내 대표적인 보수파로 꼽히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79세.

스캘리아 대법관은 텍사스의 고급 리조트를 방문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13일(현지시간)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전날 밤 친구에게 몸이 좋지 않다고 말했으며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antonin scalia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스캘리아는 비범한 인물이자 법관이었고 동료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인물"이라며 "그의 죽음은 그가 충직하게 봉사해온 국가와 법조계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첫 이탈리아계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 대법관 가운데 가장 오래 재직한 인물이다.

그는 헌법 해석에 있어서 '원본주의'를 표방했으며 줄곧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도 위헌 쪽에 표를 던졌다.

지난해에는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여부를 심의하면서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스캘리아 대법관은 "미국 흑인 과학자의 대다수는 텍사스대 같은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수업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 좀 처진 대학 출신"이라고 말했다.

흑인 학생의 지식습득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어서 흑인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으로 보수 5 대 진보 4로 갈려 있던 연방 대법원의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임기 내에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연방 대법원에 진보 성향 법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대법관 임명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치 맥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차기 대법관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공석은 다음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채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의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원내대표는 "연방 대법원에 중요한 안건들이 너무 많이 걸려 있다"며 "상원은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빨리 공석을 채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논쟁이 가열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관 후보 지명은 자신이 머지않아(in due time)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후임자를 지명해 헌법상 주어진 내 책임을 완수할 계획"이라며 "그럴 시간이 충분하며, 상원도 지명자에게 공정한 청문회와 투표의 기회를 주는 책임을 완수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을 하게 되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처음으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한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엘리나 케이건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무난한 상원 통과를 위해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대법관을 지명할지, 아니면 상원에서 가로막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을 자극할 진보적인 대법관을 지명할지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